날씨는 맑고 밤은 푸르렀다.
그래, 보내드리기 딱 좋은 날이었구나.
"그러고 보니 벌써 20년 전이덥디다.
9살 소년이던 나에게 니삭스가 가져온 부끄러움을 지나온 지 벌써 20년 전이네요. 춥지도 덥지도 않던 그 봄은 유난히 따가웠었어요. '남자애가 되어가지고~!'라거나 '고추 없대요~고추 없대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그 새하얀 니삭스를 신어버렸던 그때가 참 미웠었던 아홉 살의 봄이었고요. 나는 아직도 말씀을 못 드렸는데, 어떻게 아실랑가 싶기도 하더래요. 사람 마음이라는 게 말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다 알겠어요? 뭐 그런데 이제는 들어주실 수도 없는 거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요. 나는 그래도, 이 마음이란 게.. 쉽게 허락하지를 않아요. 우리 오월이 그렇게 보냈을 때에도 아들이란 놈이 3개월간 방구석에 처박혀서 술만 마시고 살았는데, 그때 참 제가 미웠을 거예요. 나는 그 별거 아닌 흰 양말 때문에 참 미웠던 적이 있는데 말이에요. 그 미운 게 있어도 막 생각나고 보고 싶은 게 그래요.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때 이러셨나 봐요. 그렇지만 나 이제는 마음 좀 정리하려고 해요. 어머니도 나 또 그렇게 사는 거 보기 싫으실 거 아니에요. 그리고 이건 우리 어머니 보여드리려고 한 건데, 우리 어머니 잘 보이시려나 모르겠네.."
우연히 열어본 앨범 속에서 찾아낸 나의 20년 전 모습을, 새하얀 니삭스를 입고 있던 소년을 나는 다시 보여드렸다.
어머니, 활짝 웃으시고 계시덥디다.
니삭스 백일장 출품작
MAYMARCH - 그러덥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