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봄 0

모 월 모 일, 여왕이 명하였다.

“짐이 새로이 시연할 것이 있는 바, 금일 각료들은 빠짐없이 이를 보도록 하시오. 

 바로 빙화지무氷火之舞(얼음과 불의 춤)요. 여러 대국 백성들도 참으로 좋아한다고 하오.”

빙화지무氷火之舞, 서방 언어로 ‘A Dance of Fire and Ice’라 하는 이것은 본디 재능이 출중한 자만이 

행할 수 있다는 소문이 무성한 만큼 악명 높고 까다로운 무용이다. 

일찍이 이방 수투리모收透理某(세금을 걷음으로 통하여 다스리는 자)들이 앞다투어 도전하였다.

그러나 흠결 없이 해낸 자는 손에 꼽을 정도였고, 대다수는 주화입마에 빠졌으며, 

간혹 시압건嘶壓乾(하늘이 우는 듯 큰 소리를 내며 무너지는 현상)이 친 곳은 왕궁 일부가 붕괴하는 이도 있었다. 

하여,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부디 선례를 따르시어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라고 몇 간언하는 이가 있었다.

왕이 윤허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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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빙화지무를 보고 어리석게도 비웃는 이가 있었다. 

불충하게도, 그는 여왕의 측근인 나로고무裸勞苦務(이마가 벗겨질 정도로 힘들게 일하는 자)라 하는 자였다.

그는 심복을 모은 뒤,

“저 노쇠한 여왕은 아무것도 아니오. 본인은 그보다 뛰어난 빙화지무를 보일 수 있소,”

라 하며 감히 반역하였으나, 곧 여왕의 신하들이 진압하였다.

반역의 무리는 도내盜來(가능성을 훔치는 비술)와 음도音掉(소리로 정신을 흔드는 것)를 당하여 

더 이상 빙화지무를 할 수 없었다. 곧 의금부로 압송되었다.

“죄인 나로고무裸勞苦務는 들으라. 평소 부마의 자리에서 여왕을 보필한 공은 높이 사 마땅하다. 

그러나 작금의 반역은 그 공이 무색하게 오만방자하였다. 왕실의 일원임에도 왕실을 능멸하고 또한 

스스로 어전御殿위에 올라서려 하였으니, 이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중죄에 해당하는 바 사형을 내려야 마땅하나, 

임금의 자비로서 그 죄를 깊이 뉘우친다면 유형流刑으로 한 단계 감하리라.”

이에 그는 광장에 백의를 입고 나가 엎드려 절하며 낱낱이 죄를 실토하였고, 

그 모습을 본 이가 수십 수백에 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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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은 논한다.

“진중하지 못하여 자만한 자의 말은 곧 ‘불래구不來求(구원은 오지 않음)를 세운다.’라 하였다. 

어떠한 목표든 쉽다 하여 방심하거나 작다 하여 얕잡는 것은 자신을 무너뜨린다. 

겸손이 미덕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를 다시 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