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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영화 소개, 신과 인간(Of Gods and Men, 2010) 엑박수정!

Reonald
2019-05-14 15:04:08 675 2 4
안녕하세요.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 일을 하고 있는 트수입니다. 예전에 이런 식의 영화 소개글을 연재한 적이 있는데, 그 중 몇가지를 다듬어서 이곳에 올릴까 해요. 아주 유명한 영화들도, 아주 유명하지 않은 영화들도 올릴 예정입니다.

또한 대부분의 글은 엔딩을 담지 않고 발단, 전개 혹은 절정까지의 과정만을 보여드리려 합니다. 이 글 뒷부분의 내용을 보는 재미는 오롯이 여러분께 남겨드리겠습니다.


리뷰하는 영화들은 직접 구매한 DVD/블루레이, 유튜브 무비 구매/대여 혹은 넷플릭스/왓챠플레이를 통해 관람, 캡쳐하여 사용하고 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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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인간 Of Gods and Men

감독 자비에 보브와

주연 랑베르 윌슨, 미셸 롱스달


 신은 과연 존재하는가? 인류가 신이라는 존재에 대해 사유하게 된 뒤부터 끝없이 던지는 질문 중 하나일 것이 분명한 이 질문은, 어느 누구도 답을 얻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큰 의미를 갖는 질문입니다. 심지어 종교를 일절 믿지 않는 사람조차 위 질문에 대해서는 자유롭지 못할 정도죠.

 영화 <신과 인간>은 제목에서 묻어 나오는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색채와는 달리 종교를 넘어 한 개인이 갖는 이념에 대한 고뇌와 번민, 자신이 가지고 살아가던 신념에 대한 고찰 등을 다룬 영화입니다. 1996년에 알제리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관객에게 개인이 지니고 살아가는 신념이 목숨의 무게와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갖는지 물어옵니다. 여러분은 목숨과 비교했을 때 쉽게 판가름하기 어려운, 강인한 신념을 가져본 적이 있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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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알제리에 위치한 수도원을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수도사 일곱 명과 의사 한 명. 그들은 단순히 종교적인 존재가 아니라 훌륭한 인격과 근처 마을에 사는 평범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베풀어주며 그들 사회에 녹아내려 지내고 있습니다. 심지어 수사들 사이에 가장 인정받는 '크리스티앙(랑베르 윌슨 분)'은 코란을 공부하기도 하고, 모든 수사들은 주민들과 인사할 때 '인샬라'하고 인사를 붙이기도 합니다. 마치 목사나 신부가 불교 신도와 대화 후,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이라고 인사하는 것과 같은 파격이죠. 그들은 선교가 아닌, 주민들과 살아가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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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반부 내내, 수사로써 모습보다 평범한 시골 주민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비춰줍니다. 밭을 일구고, 의사는 주민들을 돌봐주고, 함께 공동체 일원으로 살아가며 시장에 물건을 내다 팔기도 합니다. 그들이 수사임을 알게 해 주는 것은 입고 있는 옷과 수도원에서 부르는 성가 뿐입니다.

 

영화는 대체로 안정된 샷들, 그리고 과한 움직임 없이 부드러운 카메라 워킹을 보여줍니다. 샷의 사이즈는 대부분 미디움 이상으로 타이트하지 않으며, 배경이 되는 마을이나 산을 큰 샷을 통해 잡아주기도 합니다. 그들은 그저 자연처럼 늘 거기에 존재해왔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는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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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던 어느 날, 한 사건이 일어납니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성직자를 살해하고,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 여성도 살해한 것이죠. 그 뒤 아무런 이유도 없이 크로아티아 노동자를 참수합니다. 그리고 내전사태 전체가 심화되며 수사들 역시 위험을 느끼게 되죠. 지사는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느끼고 군인을 상주시켜 수도원을 보호해주겠다고 제안하지만, 크리스티앙은 단호히 거부합니다.

 

첫 씬에서 성가를 부르던 그 예배당입니다. 뒷 배경이 다른데, 그건 첫 씬과 반대되는 방향에서 샷을 잡았기 때문입니다. 관객들이 쉽게 알기 어려운 방향의 전환, 그리고 처음과 달리 침울한 수사들. 숨겨진 장치라 할 수 있겠죠. 이런 장치들을 하나씩 찾는 것도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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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안을 독단적으로 거절한 것을 문제로, 수사들 간에 가벼운 언쟁이 벌어집니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나타난다면 외국인에 기독교 신자인 그들이 안전하지 못할 것은 뻔한 문제이기 때문이죠. 그들이 느끼는 공포를 대변하듯, 수사들은 더욱 신을 향해 조아리고 더 낮은 자세로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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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 결국 수도원에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들이닥칩니다. 그들은 의사가 동행해줄 것을 요구하고 크리스티앙은 의사는 건강도 좋지 않고 마을 전체를 돌보는 사람이기에 떠날 수 없다며 거절합니다. 당장이라도 총격을 할 것 같던 그들은, 의외로 조용히 물러납니다. 심지어 오늘은 크리스마스라는 말을 듣자, 몰랐다는 말과 함께 무례를 사과하고 악수를 건넵니다.

 과격한 존재로만 생각했던 이들과 의외로 수월하게 대화를 하고 일이 해결되자, 수사들은 고무되어 그들도 같은 사람이며 생각보다 안전하게 여기서 지낼 수 있겠다고 느끼게 됩니다.

 

위 장면은 마냥 악인으로만 등장할 것 같던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을 양면적 존재로 만드는 중요한 장면입니다. 악인과 선인, 그 경계. 신은 그 경계를 명확히 하지 않았듯, 영화 내에 등장하는 악이라 할 수 있는 그들조차 명확한 악도, 명확한 선도 아닌 존재로 기능하는 것이죠.

 

그러나 뒤이어, 자유로운 연애와 사랑을 주장한 여교사 두 명이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결국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선이 될 수도 의인이 될 수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만 알제리를 떠나라는 프랑스 외무부 서신까지 전달 받습니다. 떠나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에 빠졌던 수사들은, 수사들이 떠나는 것은 주민들에게 나뭇가지에 앉아있던 새가 나뭇가지를 잃는 것과 같다는 말을 듣고 다시 고민에 빠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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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지속적으로 갈등이 반복됩니다. 떠나느냐 남느냐. 신념을 이행하느냐, 아니면 그보다는 목숨을 중히하느냐. 그들은 이미 선교를 목적으로 하고 있기 보다는 지역사회를 받치고, 이바지하는 것을 더 목적에 두고 있기에 더는 종교적 신념이 그 고민을 해결해주지 못합니다. 오히려 그에 회의감을 갖게 되고, 점점 개인적인 신념과 스스로가 가지는 의지, 강인한 마음에 판단을 맡기게 되죠.

위 장면은 정부군과 이슬람 근본주의자 간의 교전 후를 보여주는 장면인데, 이 장면을 본 수사는 다시 극심한 불안에 빠지게 됩니다. 이러한 불안은 비단 수사들 뿐 아닌 알제리 전체가 느끼는 공포와 불안인데, 군인들이 이슬람 근본주의자를 생포해 차에 매달고 도로를 달리자, 군중이 박수치고 환호했다는 장면을 통해 그 극단적인 면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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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모두가 수도원에 남기로 결정한 뒤, 그들은 '백조의 호수'를 들으며 포도주와 치즈를 곁들인 저녁식사를 합니다. 고요함 속에 즐거움으로, 미소로 시작했던 식사는 점차 침묵과 눈물, 그리고 고뇌로 변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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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신과 인간>은 종교적 신념을 위하여 행한 봉사와 희생이 시간이 지나 개인의 신념 그리고 의지와 강한 하나의 애착이 되어버린 모습을 그립니다. 그들은 종교적인 이유가 아닌 자신들이 인간다운 인간이기에 수도원을 떠나지 않으며, 연약한 새와 같은 지역 주민들이 앉아 쉴 수 있는 나뭇가지가 되어주려 하죠. 인간 그 개인은 나약하나 개인이 갖는 신념과 그 의지는 나약하지 않음을 극명히 보여주는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혹시 보셨을지 모르겠는데, 영화의 영문 제목에 '신'을 God이 아니라 Gods로 표기한 것 보셨나요? 아시다시피 기독교는 유일신을 믿음에도 The God이 아닌 Gods, '신들'로 표기해둔 것이죠. 유일신이 아닌 여러 신. 해석의 여지는 역시 읽는 분들께 드리고 싶어요. 제가 이것 저것 운운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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