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풋하고 모든 것이 서툴던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당시 음악이란 꿈이 있었던 저는 텅 빈 음악실에서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그런 저에게 수줍게 다가오던
3학년 누나가 있었습니다
저는 누나를 처음보았지만
누나는 마치 오래 전부터 저를 알고 있었던 듯
저의 이름과 여러 정보를 알고 있었습니다
누나는 이미 제가 인터넷에 올린 작업물들도 모두 들어보았고
저의 공연 영상도 모두 찾아보았고
청소년 행사에서 제가 공연하는 모습을 직접 보기도 했다고
신이 난 모습으로 저에게 여러 이야기를 쏟아내었습니다
당시 저는 너무나도 기뻤고 고마웠습니다
저의 1호팬이 생긴거니까요
그 고마움은 점차 호감으로 바뀌고
우린 조금씩 서로에 대해 더 알아가며
썸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 저는 어리고 또 서툰 소년이었습니다
저는 자꾸만 고백타이밍을 놓쳤고
결국엔 누나도 놓치게 되었죠
그렇게 그 누나는 졸업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러 저 또한 졸업을 하여 성인이 되고
하루 하루 일상을 보내던 중
길거리에서 우연인듯 필연처럼 우리는 다시 재회하게 됩니다
못 보던 새에 더욱 예뻐진 그녀를 보자
제 가슴도 다시금 두근거리고
우리는 진짜 연애를 시작하게 됩니다
우리 둘 모두 칵테일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에서
쉽게 다시 가까워질 수 있었죠
그녀가 좋아하던 칵테일은 보스턴쿨러였습니다...
저는 늘 그녀를 위해 집에 보스턴쿨러 재료들을 준비해두었고
맛있는 보스턴쿨러 레시피를 연구하기도 했죠...
밤이 되면 서로의 집 앞에서
'우리 집에서 보스턴쿨러 한 잔 마시고 갈래?'
같은 멘트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우리에게 보스턴쿨러란... 커다란 상징과도 같았습니다
그러던 우리에게도 사건이 터지고야 말았습니다
당시 아름답고 고운 외모로
주변에 늑대 같은 남정네들이 득실대던 그녀...
저는 그녀 주변 남사친을 내심 신경쓰였지만
그녀는 제게 걱정이 과하다며 저를 안심시켰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결국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잔뜩 취한 그녀가
다른 남자에 품에서 밤을 보내고야 말았습니다
저는 온 세상이 무너지는 듯 했습니다...
가슴이 베이고 온 몸이 소금에 절여지는 듯 했습니다...
그녀를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모진 말도 못하고
스스로를 자책하고 비난했습니다...
난 왜 그 날 마중을 나가지 않았을까...
난 왜 그 날 일찍 잠에 들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면 들수록 저는 더욱 스스로에게 고립되고
그녀를 예전과 같은 시선으로 바라봐 줄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결국 여느 연인들처럼...
과거에 머물고 시간에 갇힌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그녀가 좋아하던 보스턴쿨러...
저의 최애 칵테일은 보스턴쿨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