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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conomy | 이종우의 흐름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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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고영숙

선진국 중앙은행이 금융완화 정책 카드를 다시 뽑아 들었다. 
먼저 행동에 나선 건 유럽이다. 3월 초 유럽은행이 금리 인상 시점을 연말로 미루고, 대출 강화 프로그램을 재개하기로 했다. 뒤이어 미국 연준이 동조하고 나섰다. 금리 인상을 더는 하지 않고 현재 시행 중인 중앙은행의 자산축소 프로그램도 9월에 끝내기로 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강한 정책 전환이었다. 
금융완화 정책에 따라 주가가 오를 수 있을까? 
시장에 잠시 영향을 줄 뿐 지속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정책 내용에 한계가 있기 때문인데 이번 조치는 유동성을 새로 공급하기보다 유동성 수위를 유지하는 게 목적이다.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새로운 자금이 공급돼야 한다. 이미 자산분배가 끝난 돈보다 새로운 돈이 들어오는 게 가격을 올리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 자금 유입 규모가 현재 유동성 수위를 유지하는데 그칠 경우 주가가 내려가지 않도록 막는 역할 밖에 하지 못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금융완화 자체보다 경기 둔화가 더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점도 정책 효과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금융위기 직후만 해도 다수의 새로운 정책이 나왔고 효과도 컸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이전처럼 정책을 강하게 펼 수 없을 뿐 아니라 정책이 나와 봐야 과거 복사판에 불과하다. 어떤 정책이 나온다 해도 시장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수 없는 만큼 영향력이 커질 수가 없다.

※ 그래픽을(이미지를) 누르면 확대됩니다.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지금은 지난해 말 사상 최고치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시장 여건이 나쁘다. 당시는 경기가 좋았고 돈도 많았다. 미국 기업실적이 20% 넘게 증가하는 가운데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확실한 주도주도 있었다. 금리를 인상하는 와중이었다는 점이 걸리긴 하지만 경기에 대한 기대가 커 문제 되지 않았다. 지금은 경기가 약한 반면 금리는 높다. 주가도 고점 부근에 있어 상승 동력을 찾기 힘들다. 시장을 받치는 요인이 과거보다 못한 상태에서 주가가 계속 오를 수는 없다.
이번 금융완화 정책의 최대 성과는 오랜만에 선진국 간에 정책 협조가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금융위기 직후 시행됐던 정책 동조화는 2015년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깨졌다. 지난해 시작된 미-중 무역분쟁은 국가 간 공조가 얼마나 틀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결정판이다. 선언적 의미 외에 정책 동조화의 영향은 크지 않다. 금융위기 직후 같은 절박함이 없어 협력체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어떤 재료가 호재가 되느냐 악재가 되느냐는 시장 상황과 주가에 따라 달라진다. 선진국 금융완화 정책이 악재가 아닌 게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호재라고 보기도 힘들다. 지금은 모든 관심이 금융정책에 모여 있었던 2010년대 중반이 아니기 때문이다.

출처 : 한겨레 / 이종우의 흐름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