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0

힙합의 본토인 미국에서는 보통 1988년이나 1994년을 최고의 해로 칩니다. 그 두 연도에 유독 명반으로 기억되는 앨범들이 많이 발매되었기에 (88년의 퍼블릭 에너미 2집이나 94년의 나스 1집 등)

한국힙합에서는 2004년이 같은 성격의 전성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15년이나 지났지만 지금 들어도 명반 중의 명반이 워낙 많아서.

데드피 1집, Undisputed - 극초기 시절의 랍티미스트 비트 위의 데드피의 맛깔나는 랩이 어우러진 명반입니다. 붐뱁 (Boom Bap)이라 불리는 힙합에서 전통적인 사운드의 하드코어 비트로만 만들어진 본토에 가장 가까운 사운드의 앨범입니다.

가리온 1집, Garion - 전설의 가리온. 이들의 1집 당시엔 세번째 멤버이자 프로듀서였던 DJ 제이유가 있었는데 제이유의 비트는 처음 들으면 멜로디가 떨어지고 공허하단 느낌을 떨칠 수가 없지만 귀가 트이기 시작하면 데드피와는 반대로 가장 한국적인 힙합사운드와 심오한 가사의 조합에 감탄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피타입 1집, Heavy Bass - 라임몬스터 피타입의 데뷔작. 라임만 잘 맞추는게 아니라 가사도 시적이고 비트도 훌륭했던 명반.

다이나믹 듀요 1집, Taxi Driver - 다듀 이전의 CB Mass 3인조가 멤버 한명으로 인한 문제로 해체되고 최자와 개코 둘이서 듀오로 재결합, 다듀로 새 시작을 했는데, 그 시작 역시 훌륭했습니다.

소울컴퍼니, The Bangerz - 소울컴퍼니는 힙합 레이블입니다. 가리온의 MC 메타가 후배들과 함께 작업했던 단체앨범이고, 빅딜과는 다르게 20대 감성을 건드리는 서정적인 비트와 가사로 승부한 작품입니다. 그 유명한 아에이오우어!가 이 앨범 수록곡입니다.

DJ Son 1집, The Abstruse Theory - 데드피를 비롯한 빅딜 아티스트들이 전통적인 묵질한 하드코어 사운드라면 DJ Son은 어두운 느낌의 사운드입니다. 랩은 일절 하지 않고 프로듀싱과 디제잉만 하고 다른 래퍼들이 몇몇 곡에 랩을 해 주었죠. 가리온 1집과 마찬가지로 익숙해져야 하지만 음악성으로 뛰어나단 것은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소개한 앨범들은 모두 한국힙합에서 손꼽히는 명반들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명반은 어느 때든 나타나지만 2004년에 역사적인 앨범들이 유독 이렇게 많이 나왔기에 한국힙합 최고의 해라고 감히 말하고 싶네요. 지금의 트렌드와는 너무 거리가 멀지만 음악은 트렌드가 아니라 개성과 진실성에 무게를 둔다고 저는 믿고, 많이 왜곡된 힙합문화에 대한 안타까움을 달래주는 요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