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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더기의 하루 일과

Broadcaster 건더기형
2017-11-22 12:39:05 754 2 5

아직 해가 뜨뜨뜨한 그 시점..

알람소리에 눈을뜬다. 그리고 눈을 다시 감는다. 

몇분이나 지났을까 화들짝 놀라 깨서는 휴대폰을 들어 휴대폰 빛에 잔뜩 찌푸려진 눈으로 시간을 확인하고는 안심한다.

간밤에 정윤이가 깨서 우는 바람에 잠을 설친탓에 눈 꺼풀을 계속 지탱하고 있기가 너무 힘들다.

멍한 상태로 몸을 일으켜 습관적으로 옷장의 서랍을 열어 팬티를 꺼내 간밤에 입고 잔 내복을 벗어 들고 화장실로 간다.

샤워를 하면서 어제 방송의 문제점을 생각해본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욕이 새어나온다. '아 그때 그러면 안됫는데..' 지난밤 방송에서의 후회를 씻어내듯 몸의 물기를 수건으로 닦아낸다.

존슨즈 베이비 로션을 치덕 치덕 몸에 바르고는 마치 투명인간이 안에 들어 있는듯 어제 벗어놓은 그대로의 청바지에 발을 넣어 허리춤까지 올린다. 퇴근하며 올려놓은 차키와 회사 출입카드, 지갑은 그자리에서 밖에 나갈 준비가 항상되어 있는것 같다.

거실에서 냉수 한컵을 마시며 굳게 닫힌 정윤이방을 흘끗 쳐다본다. 출근전 한번 보고 싶지만 행여 문여는 소리에 깨면 회사를 못가게 매달릴게 뻔하니 발 뒤꿈치를 들어 살금살금 집을 나선다.

10시 까지 출근인 탓에 출근길 정체는 다소 해소된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되지 않는 성대모사를 연습해본다. 혼자 중얼거리는 나의 모습을 다른 차의 운전자가 나를 본다면 필시 미쳤다고 하리라..

9시 50분 회사 출입카드를 찍고 들어와 어제 먹다남은 커피잔을 닦아 커피를 내린다. 형식적이고 어색한 인사들을 지나치고 자리에 앉은 나는 어제 어디까지 일처리를 했는지 확인해본다. 오늘도 일찍 퇴근 할 수 있을까..

그렇게 점심시간이되면 제일먼저 내려가 빨리 식사를 마치고는 다시 자리에 앉아 트게더 게시판을 확인한다. 어제와 같다. 새로고침을 눌러본다. 어제와 같다. 스크롤을 올려 순위를 확인한다. 어제와 같다. 순위권 밖.. 나도 언젠가는 당당히 순위권에 랭크 될 수 있겠지.. 

정신없이 일하다 맞는 저녁시간 저녁을 먹고 가야 와이프가 밥은 또 안차려도 되니 먹고가는게 일상이 되었다. 밥을먹고는 남은 일은 뒤로하고 생방송을 시작한 경금이의 방송을 열어본다. 대학시절 재미없다고 구박받던 경금이가 저렇게 인기스타가 될 줄이야.. 세상일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멈춘듯한 시간은 어느덧 7시 30분.. 슬슬 눈치를 보며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을 끼고 있는 팀장님게 손짓으로 퇴근을 알린다. 최대한 자연스로운 발걸음으로 마치 화장실을 가는듯 지하주차장으로 향한다. 

막히는 퇴근길에서 오늘은 방송에서 뭘하면 좋을까 고민한다. 막히는 퇴근길을 뚫고 집에 도착할때까지도 고민은 멈추지 않는다. 고민고민 하며 집문을 여는 순간 정윤이가 뛰어나와 나의 손을 이끈다. 박수치며, 같이 춤추며, 푸쉬카에 태워 방을 수십바퀴를 도는데도 고민은 멈추지 않는다.

오후 9시 30분... 쇼파에 앉아 휴대폰을 보고 있는 아내를 본다. '오늘 방송 할 수 있을까..'  아내는 최근 매일매일 방송을 하는 모습이 화가나 있는 모습이다. 시덥지 않은 질문으로 말을 건내도 단답형 대답만 돌아올 뿐이다. 울컥해서는 방송을 하지말까도 생각해 보지만 몇분 안되는 구독해주신 분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는 컴퓨터에 앉는다. 결국 오늘도 뭘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아.. 오늘도 핵노잼이겠네.. 이러는게 의미가 있나...' 엑스스플릿을 켠다.. 방송송출 버튼을 누르고는 채팅창을 연다. 고요하다.. 그때 정윤이가 내방으로 따라와서는 내 손을 잡아끈다. 나가서 놀자고.. 나가서 나랑 같이 놀자고.. 그러다가 혼자 "안녕" 하고 나가는 정윤이를 보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이게 정말 의미가 있나.. 싶은 그때 한명 한명 눈에 익은 사람들의 아이디가 채팅창에 보인다. '건하' '건하!' 그래.. 그래도 나를 찾아주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긴 있구나.. 그렇게 나의 핵노잼 방송이 그들의 삶의 일부로 스민다.

몇명이 중요한가.. 이렇게 찾아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나는 오늘도 천원만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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