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끝내는 자여. 빙랑(氷浪)이여. 그대의 숨결을 빌려다오. 죽음보다도 조용하게 얼려다오.
성자필멸(盛者必滅)은 세상의 섭리. 신이 정한 불가피한 숙업.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과 같이 모든 목숨을 빼앗아다오.
시간조차도 얼어붙은 것과 같이 모든 것이 멈춘 세계를 보여다오.
그 누구에게도 부서지지 않고 부수는 자조차 존재하지 않는 영원한 아름다움을, 극점을 보여다오.
나는 이해를 거부하는 자. 절대만을 추구하는 자.
이렇게 추할 수가!
생명이 떼 지어 모여 꾸물거리고 냄새를 뿌리며 계속 낳으며 불어나는 기묘함.
나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나는 그것을 이해하지 않는다.
나는 원한다. 하얀색으로 가득찬 경치를.
나는 원한다. 아름다운 죽음의 세계를.
나는 원한다. 추한 만물이 묻히고 폐쇄된 세계를.
나는 원한다. 모든것이여 멈춰라. 멈춰라. 멈춰라.
2.모든 것은 물에서 시작되었으니.
모든 것은 물로 돌아갈지니.
다시 말해 물이란 삶이자 죽음.
낳아준 어미이자 삼켜버리는 뱀.
만물은 유전(流転 = 윤회. 끊임없이 변함)하니 시간조차 그 흐름은 거스를 수 없도다.
큰 강에 희롱당하는 배처럼 마지막은 동등하게 집어 삼켜 질 뿐.
아아 무정한 무상(無常 덧없음)의 섭리여.
허나 그 무정함도 무상도 각별히 사랑하자꾸나.
어미의 얼굴은 이미 잊었노라.
이 몸은 뱀이 되어 입을 벌리고 십억만토(十億万土)를 고르게 하리라.
채울 수 없는 영겁의 공허.
질리지 않는 영겁의 열락(悦楽 기뻐하며 즐거워함).
만물이여, 유전(流転)하라. 내 뱃속으로 돌아오라.
3.춤춰라 춤춰라 뇌정의 병사.
신뢰(迅雷) 천뢰(千雷) 만뢰(万雷) 여기로 오라.
세상에 영원히 살아가는 자는 없으니. 찰나, 섬광, 쾌락을 탐하라.
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것을 내던지고.
더딘 자여 후회하지 말지어다. 오늘 밤은 살육의 연회가 열리리라.
끝내라, 끝내라, 끝내라, 끝내라.
목숨, 전부를 뿌려버려라. 혼의 해탈은 가볍지 않을지니.
깃털의 무거움을 던져버리고, 천지를 달리는 이 기분이여!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이 가벼움을, 이 약동을, 이 자유를, 이 행복을 모든 자에게 나누어주어라.
오오, 죽음이여. 그대는 어찌 이리 감미로운가!
끝내라, 끝내라, 끝내라, 끝내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오늘 밤, 천 년에 한 번 있을 살육의 연회가 열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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