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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상담&고해성사 사연 결혼하는 첫사랑이 아직도 좋습니다

우오니
2019-02-04 19:51:16 2577 52 9

이런 글 올릴만한 시기가 아니지만 고민을 털어놓을만 한 친구가 없어서 올려봅니다.

초5 때 첫사랑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국적으로 생긴 눈매에 귀여운 행동거지가 매력적인 아이를 좋아하게 되었죠. 반년 정도 호감을 갖고 있다가 소풍에서 같은 조가 된 걸 계기로 친해지게 되었고 2G폰 쓰던 시절에 알 나가는거 감수해가면서 문자도 나누게 되었습니다.

전 고백할 용기가 없었기에 별 일도 없이 중학교 입학을 할 시기가 되었습니다. 그 아이는 친구들과 같은 학교를 가게 되었고 전 성적관리 하기에 좋은 학교를 가게 되었습니다. 다른 학교에 가는게 정말 아쉬웠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다시 그 아이와 만나 그 아이에게 고백할 생각으로 열심히 운동도 하고 곰보빵 같은 얼굴 관리도 해서 중2 즈음에는 그래도 사람같이 보이게는 됐습니다.

중2의 여름방학 때였습니다. 문득 바뀐 저의 모습을 그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아이와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나름 신경을 써서 준비를 했습니다.

약속 장소에서 본 아이는 여전히 예뻤습니다. 그 광경에 전 슬쩍 주눅이 들었지만 저는 용기를 내어 그 아이에게 다가가 어깨를 툭 쳤습니다.

"안녕."

대화라고는 거의 문자나 메신저로 나누던 저희였기에 그 아이와 제대로 대화를 한 건 그날이 처음이었습니다. 그 아이와 저는 학교 이야기, 공부 이야기, 친구 이야기 같은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며 여러곳을 쏘다녔지만 그것만으로도 전 행복했습니다.

그렇게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시계를 보니 벌써 9시더군요. 그만큼 시간이 빨리 지났습니다. 그래서 그 아이를 집에 데려다주기로 했습니다.

그 아이의 집까지 가는 길은 너무나도 짧았습니다. 그 아이가 사는 집 현관문 앞에 서서 집에 들어가려는 그 아이를 보고 있으니 갑자기 저는 뭔가에 홀린 것 같았습니다.

"좋아해."

생각도 없이 나온 말이었습니다. 저 자신도 당황해서 황급히 수습하려던 차에 그 아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알아."

많이 당황스러운 답변이었지만 감정을 속으로 눌렀습니다.

"그렇구나. 그냥 말하고 싶어서 얘기한거니까 너무 신경쓰지마."

이렇게 말하니 오히려 그 아이가 적잖이 당황한듯이 보였습니다.

"뭐야, 장난으로 얘기한 거 아니었어?"

그 아이는 저의 고백을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넌 나의 정말 소중한 친구다, 그러니 어색한 사이가 되고싶지 않다면서요. 전 알았다고 대답하며 애써 웃으며 잘자라는 인사와 함께 집으로 갔습니다.

그 후는 예상하시다 시피 어색한 사이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렇게 그 아이를 잊고 살다가 1달 전, 제가 초등학교 때 사귀었던 유일한 친구에게 제 계정을 어떻게 알았는지 페이스북으로 연락이 왔습니다. 이 글을 올린 시점으로부터 2일전에 동창회를 할 거니까 오라는 얘기였습니다. 전 나가겠다고 얘기를 했고 나름대로 꾸미고 나갔습니다.

그 자리에 갔더니 의외의 인물이 있었습니다. 그 아이가 앉아있던 겁니다. 전 그 아이에게 무덤덤하게 인사했습니다.

"안녕. 되게 오래간만이다. 10년 조금 지났나?"

"안녕. 그러고보니 그렇게 지났네. 진짜 오랜만이다."

그 인사를 끝으로 대화가 끝났고 전 술이나 퍼 마셨습니다.

그렇게 술이 들어가며 분위기가 고조되니 한 놈이 취해서 그 아이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야 ㅇㅇ아! 너 결혼한다며! 햐 너무 빨리 하는거 아니냐!"

그 말을 듣고 그 아이는 제 눈치를 보기 시작했지만 전 웃으며 말했습니다.

"우와 20대 후반인데 벌써 결혼해? 진짜 축하해! 청첩장 꼭 보내!"

이렇게 말은 했지만 집에 와서 울었습니다. 그 아이가 아직도 좋습니다. 10년 넘게 잊고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것 같지도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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