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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아무 의미없는 글

Broadcaster 들개0
2019-01-07 15:09:15 171 2 3

1월 첫주가 지나갔습니다.  원래 그냥 향후 방송시간대만 간단하게 공지하려고 했는데, 불필요한 자기고백이 좀 하고 싶어졌어요. 2개월이면 저 자신 내적으로도 한번 교통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전업 스트리머라는 무모한 꿈을 안고 방송을 시작한지는 약 두 달 정도가 지났네요.

처음에 비해 굉장히 많은 것들을 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론 아무것도 한게 없다는 생각도 같이 듭니다.

여전히 미래에 대해서는 항상 불안하고, 통장 잔고는 줄어들고, 다시보기로 방송하는 제 모습을 보다보면 만족스럽다기보다는 답답해보일 때가 많더라고요.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이젠 방송을 켤 시간이 되면 어떻게든 일어나서 씻고, 꾸역꾸역 목구멍에 맛없는 밥을 밀어넣고, 청소를 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다시금 여덟 시간을 시작할 준비를 자연스레 마치는 자신의 모습은 약간 대견해집니다.


 전 살면서 상당히 다양한 실패를 해봤고, 그중에는 제가 멍청하게 잘못된 선택을 함으로써 지금까지도 절 힘들게 하는 뼈아픈 것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지금도 실패하는건 많이 겁이 나더라고요. 아마 철이 덜 들어서 그럴수도 있고요. 또한 전 어릴때부터 돈 문제 때문에 제가 하고 싶은것들을 계속해서 수정하고, 타협하고 포기해가면서 살았던 것 같습니다. 전 가정형편이 어려운 편이었거든요. 어른이 되어서도 돈 문제는 항상 제 발목을 잡았고, 극복할 기회가 왔을 때는 제가 멍청하게 굴었던 탓에 기회를 잃고 말았었죠. 


 씨름하면서 아둥바둥 버티듯 살다보니까 어느덧 나이가 서른이 다 되었더라고요. 아마 제 나이 또래가 되었던 사람들은 저랑 똑같은 딜레마가 한번쯤 오지 않았을까 싶어요. 30이라는 숫자는, 이제와서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을 새롭게 시작하기에는 너무 큰 무게로 느껴졌습니다. 스물 일곱, 여덟, 아홉 때도 항상 이제 더 이상 시간이 없다고 되뇌이듯 말은 했지만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여유를 부렸었는데, 흠. 서른이라는 건 확실히 좀 다르더라고요. 그런데 고민하다보니까 또 한 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에도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 타협하거나, 어영부영 넘겨버렸다가는 앞으로 살면서 다신 기회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요. 그래서 한참 고민하다 방송을 제대로 한번 해보기로 했어요.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순수하게 좋아하고, 하고싶은 것들이 줄어들어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는데, 문득 보니까 이것밖엔 안남았더라고요. 


 아마 제가 버틸 수 있는 하꼬시절로 잡아둔 2년에서 3년이 지나고도 어떤 성취도 거두지 못한다면... 지금 제가 한 선택은 제가 지금 상상하는 것 이상의 큰 리스크로 다가오게 될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나이도 더 먹었을 것이고. 제 전공이나, 본래 하던 일로 돌아간다는 것도 불가능할테고 여윳돈도 얼마나 남아있을지 모르겠네요. 이후 제가 어떻게 살게 되던 간에 지금 선택에 대해서 후회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제가 지금 방송을 하면서 느끼는 간절함을 한번 경험해보기 위해서 미련하게 30년이나 필요했고, 지금은 이후 미래가 어떻게 되든 간에 이 간절함을 좀 더 소중히하고 싶을 뿐입니다.


물론 간절하다는건 제 내면일 뿐이고, 외면적으로는 제가 방송인으로서든, 게이머로서든 많이 답답하고 부족하게 보인다는 것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 부분은 부디 제가 아무쪼록 좀 더 나은 인간, 나은 스트리머가 될 수 있도록 여러분께서 계속 지켜보고 응원해주세요. 영화도 완성형 주인공보다는 성장형 조역이 매력적인 경우가 많잖아요? 가끔 등짝도 한 대씩 쳐주셔도 좋고...


여튼 아무 의미 없는 글이지만 2개월 정산의 의미로다가 좀 끄적여보고 싶었습니다. 써놓고보니까 좀 오글거리기도 하고 중2병이 의심되는 대목도 있긴한데... --; 뭐 그만큼 솔직하게 썼다고 자기납득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방송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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