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 겪은 일이다.
내가 살던 동네에는 산자락으로 올라가는 곳에 버려진 집 한 채가 있었다.
2층 건물이었는데,
소위 말하는 흉가 분위기의 건물로 벽재가 뜯어져서 부스러져 나올 정도로 오래된 것이었다.
유리도 대부분 깨져 있고,
멀리서 보면 어두컴컴한 실내가 검게 비칠 뿐이라서 그야말로 흉가 같은 곳이었다.
덕택에 그 집에는 대낮에서 사람이 근처에 가는 일이 드물었다.
귀신이 나오니,
살인이 일어난 곳이니 어쩌니 소문도 많은 곳이기에,
한번은 친구와 재미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좀 꺼림칙 하기는 했지만,
벌건 대낮이었기에 친구와 나는 집안으로 들어섰다.
한낮이었지만,
집안은 어두침침했다.
집안에는 양말,
비닐봉지 따위의 잡쓰레기가 먼지가 보얗게 앉아 뒹굴고 있었고,
돌멩이나 흙부스러기가 바닥에 이리저리 흩어져 있었다.
1층에는 별 특별한 것은 없었다.
그런데 2층에 올라가는 계단을 돌자 한 방문 앞에 이런 글자가 씌여 있었다.
"나는 이 방에 있다"
삐뚤삐뚤한 떨리는 손으로 쓴 듯한 큰 글씨 였다.
무섭기도 했지만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 우리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안에서 뭐라도 와락 튀어 나올까 싶어,
천천히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
의외로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는 그냥 썰렁한 빈 방이었다.
빈 방.
그냥 돌아서려는 데,
벽에 같은 글씨체로 또 글씨가 씌여 있는 것이 눈에 뜨였다.
"나는 옆 방으로 갔다."
그러고 보니,
방안에는 옆 방으로 통하는 작은 문이 하나 있었다.
문득 소름이 끼쳤다.
그렇지만,
문을 열어 본다.
문은 오랫동안 꼼짝 않고 닫혀 있었는지,
잘 열리지 않았지만,
힘을 주자 열렸다.
문 안의 벽에는 좀 더 큰 글씨가 씌여 있다.
"머리는 이쪽,
몸은 이쪽"
친구는 그걸 본 순간,
이상한 소리를 내며 발걸음을 주춤주춤 물러서며,
도망가려 한다.
나는 용기를 내어 조금 더 주변을 살펴 본다.
글씨 아래에는 무어라고 작게 또 적혀 있는 것 같다.
나는 용기를 내어 다가 서서 본다.
화살표와 글씨.
아래 방향을 가리키는 화살표와 함께 적혀 있는 말은,
"내 몸은 이 아래 있다."
화살표를 따라 바닥을 보자 거기에는 마구 휘갈겨 쓴 미치광이 같은 커다란 글씨가 온 방에 크게 씌여 있다.
"이 방으로 내 머리가 오고 있다.
뒤 돌아 보지 마"
그 글자를 보자 나는 머리털이 쭈뼛서서 마구 소리를 지르면서 창 밖으로 뛰어내려 마구 내달렸다.
몇번 넘어지면서 뒹굴었지만 아픈 줄도 모르고 정신 없이 달렸다.
나는 그 후 다시는 그 곳 근처에 가까이 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