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정하 0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나요?

2018년의 발리스틱스는... 정말 좋았습니다. 경기력도, 선수들 개개인도 정말 좋았습니다.
사실 제게 발리스틱스는 삶의 희망을 주는 생명줄이었습니다.
전 5년정도 우울증이 있었어요. 응원하러 다니고 선수들과 잠깐 만나던 최근까지요.
하고 싶은 게 있어도 의욕이 전혀 생기지 않았습니다. 공부도, 히오스도...
그리고 20년정도 불안장애가 있어서, 낯선 상황을 두려워했습니다. 말을 잘 못 건게 너무 아쉽네요.
지금이야 약 먹고 나아졌지만요.
혹시나 하는 말인데 정신 관련해서 힘드시면 꼭 병원에 가세요. 건강검진도 잘 받으셔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발리는 꽤나 힘든 일을 많이 겪었고, 다른 길을 찾아 나서고 있죠.
위로의 글을 쓰고 싶었는데, 마침 우울증이 나아서 여러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그러니까 글 쓰다가 살이 붙어서 노래를 만들었죠.

원래 이거 악보까지 다 완성했는데 직접 노래부르며 연주하는 게 무척 힘든 일인 줄 몰랐습니다. 안 하던 짓을 한지라.
그래서 지금 열심히 연습하고 편집중입니다. 땜빵으로 컴퓨터로 옮겨서 임시로 만들고 있긴 하지만...
제가 노래를 잘 부르는 편이 아니라...(직접 녹음해서 들으니 상태가 많이 안 좋더군요.) 일단 Famitracker로 옮기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몇달 안에는 완성해서 들려드릴게요.

그거 참 우울했었지, 모든 게 부질없었고
이거 항상 고달프지, 지금 이겨도 다음에도 이길지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재능에 지지 않을까
겨우 힘껏 달릴 때 남들은 나는 것 같아

삶은 무수한 갈림길, 지금 고른 길이 옳을까?
하스보다 어썸하고 히오스보다 히오스해서
많은 걸 하려는데 언젠가 다 사라진 기분
어제의 작은 실수는 미래의 크나큰 죄책감으로

그렇다 하더라도 나비효과란 말이 있지
태풍은 날갯짓부터, 승리는 오늘의 발걸음부터
놓친 과거가 눈에 밟혀, 그래서 알찬 미래를 만들지
발리는 추리소설처럼 많은 가능성 중에서
작은 실마리를 얻어 최선의 답을 맞춰갔지
직접 보러 갔을 때 감동할 수 밖에 없었어

나는 신을 안 믿어, 맥스웰님만 섬겨
그래도 발리를 위해 항상 기도해

우리 세상살이 모든 건 시작과 끝이 있더라
화무십일홍이라, 해가 뜨고 지듯 자연스러워
세월의 흐름 앞에선 아무리 대단해도 사라지지
발리도 언젠간 떠나겠지, 너무 당연해서 슬퍼

그래도 발리스틱스는 꽂길만 걷다 당당히 떠나길
게임의 메타가 변하듯, 지금의 설마는 나중의 상식
비록 오늘 다른 팀이 당연히 최강일지라도
내일 보면 발리가 1위인 게 진리일지도 몰라

내 자랑 첫번째는 사람을 살려낸 것
생명결속보다 뿌듯했던 조혈모세포 기증
그리고 두번째는 발리스틱스의 팬이 된 것
직접 치어풀 만들고, 직관 때 순둥롱캣 펄럭였지
발리스틱스의 정교함, 미칠 듯한 집요함에
쌓이는 포인트만큼 빠져들 수 밖에 없었어

나는 사주 안 믿어, 로또 같은 거 안 사
그래도 발리스틱스에 복이 깃들길

우린 다른 곳에 있어도 같은 발리 팬이 됐기에
살맛나고 꿀잼이라 행복해
이제 발리가 걸을 길이 제아무리 가파를지라도
우리 팬들은 끝까지 응원할거야

정하 선수께.

한때는 히오스 메인에 정하 선수 사진도 있었는데... 그리고 그 집요한 운영, 다:1 싸움에서도 죽지 않고 1:1 싸움에서 이겨서 화면에도 보이지 않던 킬을 직관 가서 본 게 생각납니다. 직접 친절하게 오더 내리는 것도 들은 적이 있고요. 요즘 방송이나 그런 게 없으셔서 정말 걱정했는데, 아쉽네요. 더 보고 싶었는데... 진짜로 그립습니다.

노래 만들면서 안 좋은 일에 대해 어느 정도 마음의 정리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글을 쓰다 보니 눈물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앞으로 새로운 발리스틱스가 더 잘 될지도 모릅니다. 세계 최강이 될지도 모르죠. 그래도 저는 그동안 봤던 L5, 그리고 2018년의 발리스틱스를 평생 잊지 않을게요. 다들 건강히 지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