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밥입니다 0

안녕하세요 야간응급실 원무과에서 일하는 청자입니다...

제가 여기서 일하면서 여러 응급실 내 주의사항이나 팁같은걸 공유하고자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1. 병원접수

응급실에 오게 되면 가장 먼저 해야하는건 접수입니다.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선 아픈데 접수는 나중에하고 일단 치료부터 받으면 안되나 생각할수도 있는데 안됩니다.

왜냐하면 일단 접수가 들어가야 의사선생님이 진료오더, 어떤 진료를 할 것인가에 대한 명령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죠.

괜히 병원 직원이 접수하자고 이름묻고 주민번호 묻는게 아닙니다... 병원측에서도 접수를 해야 뭔 행동을 할 수 있으니깐요.

그리고 접수때 다른건 몰라도 환자의 이름과 환자 주민번호 13자리는 꼭 알려줘야합니다.

이것들을 알아야 환자의 의료보험 적용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의료보험이 적용 안되면 안그래도 비싼 응급실 비용이 2~3배는 훌쩍 넘어가기에 꼭 알려주셔야 하십니다.

만약 너무 아파서 정신없다 하시면 최소한 신분증을 병원 관계자에게 알려주시거나 구급차를 타고 오실 경우 오는 도중에 구급차 대원분들께 미리 알려주시면 좀더 빨리 접수를 하실 수 있고 치료도 더 빨리 받을 수 있습니다.

2. 응급실 비용

응급실은 일반 병원 진료보다 더 비쌉니다. 일반 마트의 가격과 24시간 끝없이 하는 편의점 가격이 다른 이유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하실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일하는 2차 종합 병원 기준으로 낮의 기본 접수 비용은 8500원인데 비해 야간 응급실의 접수 비용은 약 2~3만원입니다.

그리고 모든 수가에도 비용이 추가로 더 붙기 때문에 야간 응급실 비용은 생각 이상으로 비쌉니다...

일괄적으로 얼마다 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응급실 오시면 기본 5만은 그냥 깨진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또한 피검사를 받으실 경우 비용은 상당히 많이 올라가는데요,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8~10만원은 넘어 갈테니 병원에 오시기 전에 돈은 충분히 들고 오실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설령 기초수급대상자라고 해도 응급실 비용은 1~2만원은 그냥 넘어갑니다.

자신이 기초수급대상자인데 왜 이리 비싸냐고 생각되시더라도 응급실은 원래 그렇습니다... 접수비용은 의료보험대상이 아니거든요.

3. 의료보험 미적용

몇몇가지 경우에는 의료보험이 적용이 안됩니다. 당연하지만 이 경우 병원비가 엄청나게 폭등합니다.

상해, 교통사고, 자해, 사망자 등의 경우에는 의료보험이 적용 안됩니다.

또한 간혹 있는 경우지만 사후피임약을 신청할때도 의료보험은 적용안됩니다.

교통사고의 경우엔 자동차보험 접수가 되어있으면 자동차보험으로 대체되지만 그외의 경우는 얄짤없이 100% 환자부담입니다.

그러니 해당 사항에 적용되실 경우 비용이 많이 나오더라도 그게 정상인거니 왜이리 비싸냐면서 따지는건 자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 너무 비싸다고 생각되시면 응급실 원무과에 말씀하셔서 '의료보험적용동의서' 라는 것을 신청해 받을 수 있긴 합니다.

이걸 쓰시면 위의 경우에도 의료보험은 적용할 수 있습니다만... 이에 따른 불이익은 환자가 부담해야합니다.

예컨데 의료보험공단쪽에서 '어라? 이거 의료보험적용건 아닌데?' 이렇게 판단하면 나머지 금액을 환자에게 직접 청구가 갈 수도 있거든요.

그래도 괜찮다 하시면 일단 의료보험 적용은 가능합니다... 물론 불이익은 감내하셔야겠지만...

어지간하면 비싸더라도 개인부담하시는 쪽이 뒤탈없으리라 생각합니다.

4. 돈이 없을때

너무 아파서 혹은 긴급 사고로 병원에 오시면 지갑을 놓고 오거나 하시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아니면 설령 가져왔다고 해도 의외로 비용이 많이 발생하셔서 돈이 부족해지는 일이 있을 수도 있지요.

이런 상황일 경우 너무 걱정마시고 응급실 원무과로 와서 사실대로 말하시면 해당 직원이 도와드릴겁니다.

보호자나 대신 수납할 수 있는 사람을 모셔올 수 있도록 도와드릴 수 도 있구요,

이도저도 안되면 '지불보증서'라고 하는 언제까지 돈을 내겠다 하는 서류를 적고 추후에 병원에 와서 수납을 해도 됩니다.

이경우에는 병원에서 계좌번호도 알려주기에 여차하면 계좌이체를 해도 상관없구요.

환자가 돈을 낼려는 의지만 있다면야 당장 돈이 없는건 큰 문제가 아닙니다... 솔직히 말하면 직원들이 다 도와줘요.

5. 보호자 출입 제한

응급실은 원칙적으로 환자 1인당 보호자 1명으로 출입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응급실의 혼잡함 방지 및 2차감염을 막기 위한 조치이구요 이건 법으로 정해진 겁니다. 괜히 제한하는게 아니에요.

응급실에서 보호자분 나가달라고 하는건 다 이유가 있는거니 통제는 따라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6. 개인정보법

이건 구태여 야간에만 적용되는 건 아니지만 생각보다 자주 있는 일이어서 적어봅니다.

보호자나 관계자가 와서 누구누구환자 입원해있느냐, 몇층 몇호에 입원했느냐며 묻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다 개인정보라 설령 가족이라 할지라도 알려줄 수 없습니다. 법으로 정해진 일이에요.

이런 것들은 병원직원에게 묻는게 아닌 입원해 있는 환자나 그 가족들에게 물어서 확인해야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병원 측에서 이걸 안알려준다고 해서 상대 무시하려고 하는게 아니라 법적으로 정해진 일이란걸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단 생각나는대로 대충 적어봤는데... 도움이 되실려나 모르겠네요...

혹여 추가로 궁금한게 있으신 분은 덧글주시면 제가 아는한도내에서 알려드릴께요

요약

1. 접수는 무조건 먼저, 이름이랑 주민번호 13자리는 파악 필수

2. 응급실 많이 비쌉니다. 돈은 넉넉히 준비하세요

3. 상해, 교통사고, 자해는 의료보험이 적용 안되니 주의

4. 돈 없더라도 너무 걱정말고 직원들에게 솔직히 말해주면 도와줍니다

5. 보호자는 환자 1명당 1명 제한 법으로 정해진겁니다

6. 개인 정보는 환자 본인에게 물어보세요. 병원에 묻는건 위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