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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하꼬스트리머였던 사람이 평범한 하꼬스트리머 글 보고 올립니다.

익명73720
2018-11-01 20:21:53 15618 103 16

2년 가깝게 방송을 했고 맥스 300 메인게임 평균 50, 잡다한 게임하면 20명, 유명한 게임하면 3명이던 사람입니다.

팔로워도 3천 정도로 하꼬치고는 많아보이지만 메인게임 벗어나면 시청자수가 10명 남짓이니 하꼬나 마찬가지였죠.

월 평균 50만원 정도의 수익이 나왔고 많을 때는 150정도 벌기도 했습니다.

하꼬 아닌거 같은데라고 하실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지만 시청자 0명 방에서 3시간 동안 게임하다가

자괴감들어서 방송 끈 적도 있었던 사람이니 신뢰하셔도 됩니다.


일단 글 쓰신분의 고민 위주로 적어볼게요.


사람들이 왜 방송을 찾아주지 않는가.

우선 트위치 자체가 시청자들이 유입되기가 어려운 플랫폼입니다.

저 역시 카카오TV에서 시작해서 유튜브 등을 거쳐 트위치에 정착했습니다만

방송해본 경험으로는 트위치가 제일 성장하기가 어렵습니다.

카카오TV, 전 다음팟이죠.

여기는 그나마 작은 방송이 성장하기 좋은게 방송이 리스트 형태로 정렬됩니다.

리스트 쭉 훑어보다가 내가 해본 게임이 있거나 하면 하꼬 방송도 찾아서 볼 수 있어요.

물론 이 시청자들을 붙잡는건 방송인의 능력이겠지만 일단 노출은 잘됩니다.

유튜브 같은 경우에는 편집된 영상이든 편집이 되지 않았던 영상들이 지속적으로 노출됩니다.

그러다가 유튜버가 생방송도 한다는 정보가 전달되면 방송도 와서 찾아보구요.


하지만 트위치는 탐색 눌러보면 게임순으로 정렬됩니다.

즉, 인기게임이 아니면 아예 리스트에 보이지도 않습니다.

방송이 있는지도 모르게 되요.

물론 그만큼 트위치에 많은 방송인들이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솔직히 0명~10명 방이 롤이나 배그 방송보면 과장해서 수백개가 넘어가는데

그 중에서 딱 골라 내 방송에 들어와서 보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요.


유명 게임을 하시면 시청자들이 안 오는 건 당연합니다.

내 방송 말고도 수없이 많은 방송이 있는데다가

더 재미있고 시청자들이 드립도 잘 치고 말빨도 실력도 더 좋은 사람들이 위에서 10명 정도 방송을 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마이너한 게임을 하면 시청자들은 더 안 찾아옵니다.

게임 자체가 노출되지도 않고 게임에 대해서 알고 있는 시청자들이 아닌 이상에는 게임에 흥미도 못 가져요.

유명 스트리머들이 어떤 게임을 했을 때 2천명, 3천명씩 보는건 그 사람들이기 때문에 보는겁니다.

이건 시청자분들도 간혹 오해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유명 스트리머가 내가 하는 마이너한 게임 했으니까

당신도 이 게임을 해달라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오히려 더 하꼬로 빠지는 지름길입니다.

그 게임하면 그나마 있던 시청자들도 다 떠나고 요구했던 시청자도 잠깐 보는것같다가 잠수타거나 놀러나가요.

저 2천, 3천명 중에 '게임 재미있겠다 사야지'까지는 가도 '이 게임 방송하는 다른 사람 있나?'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있는게 아니라 없습니다. 내 방송으로 안 와요.

그 사람이 하는거보다가 다른 게임으로 옮겨가면 또 그거 하지.

아는 사람도 마이너게임 하는데 3천명 시청자 가진 스트리머가 호스팅 해줘서 신났는데 30분만에 다시 원래 시청자 찾아갔죠.

의미 없습니다. 남의 집 설렁탕이 맛있다고 나도 설렁탕 해봐야 한 입 떠먹어보고 환불하고 떠나겠죠.

방송도 마찬가지에요.


여기까지만 적어두면 하꼬 방송들은 아예 희망 자체가 없어보이는데

맞습니다. 희망 없어요 사실.

특히나 취미 방송으로 하시는데 시청자수를 신경쓰신다면 아예 해결 방법이 없습니다.

취미 방송은 내가 재미있는 방송이잖아요. 내가 재미있는걸 남에게 전달하기는 굉장히 힘듭니다.

애초에 시청자들은 생각보다 스트리머에 대해서 관심이 없습니다.

이건 당연해보이지만 좀 더 깊게 들어가보면 스트리머가 재미있어 하는 것에도 관심이 없어요.

저 역시 하꼬 방송이었기 때문에 하꼬 방송들을 상당히 많이 봐왔지만 거의 대부분의 공통점이 있더군요.


본인들은 굉장히 재미있어해요.

그야 재미있겠죠 게임하는데. 게임하는거 재미있잖아.

근데 그게 시청자들에게는 전달이 안됩니다.


가령 롤하다가 미드 계속 밀려서 힘든데 정글이 갱을 왔어요.

딜교하다가 밀려서 도망치는척 하다보니 애가 따라와서 정글하고 같이 잡았죠.

재미있어요. 정글하고 같이 잡긴했지만 밀리는척하고 유인해서 어쨌든 킬 땄잖아요.

여기서 하꼬는 그냥 마우스 딸깍거리다가 마이크에 '샤샤'라고 하고 끝납니다. 아니면 채팅으로 'ㅅㅅ'치고 끝나거나.

취미방송 하시는 분들이면 대개 이런식으로 하죠.

그런데 전업으로 방송을 이어나갈 정도로 시청자 수를 유지하고 도네도 받으시는 분들이면 반응이 다릅니다.

'봐라 봐라 저거 이제 내가 밀리는 줄 알고 막 따라온다 봐봐. 봐 저거 따라오지 정글아 와라 와라 응 플 없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예 거봐 얘 이거 따라온다고 했잖아. 응? 내가 이거 따라올줄 알았다니까. 아까부터 깐죽거리더니 결국 죽었네 엌ㅋㅋㅋㅋ'

여기서 끝나는게 아니라 멘트를 계속 이어서 하는데 가령 이런식으로

'이제 봐봐라 쟤 막 열받아서 들어올라고 할걸. 근데 어쩌냐? 내가 킬 먹었는데? 넌 들어오면 죽은거야 임마. 봐봐 저거 들어오잖아 또. 근데 우린 정글 있는데? 엌ㅋㅋㅋ 또 죽냐? 오리야 또 죽냐? 뭔 1분마다 죽어? 쟤네 채팅창 난리났겠다. 여기서 채팅을 좀 쳐줘야지. "우리 정글은 미드에 사는데 니네 정글은 뭐하냐?" 이제 봐라 서로 싸울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알아요.

하꼬는 이렇게 재미있게 멘트 때려봐야 채팅창 조용합니다.

반응도 없고 보는 사람도 없고 뭐도 없어요.

아무런 반응도 없는 채팅창 보면서 저런 멘트 때리는거 스스로 생각해도 정신병자 같습니다. 알죠.

자괴감 엄청들고 방송 막상 끝나고 생각해보면 난 뭐하러 이거 하고 있나 싶습니다.

잘 나가는 방송들은 이런 부분들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재미있는 순간에 재미있는 멘트를 치면 시청자들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로 채팅창이 도배되죠.

재미없는 순간에도 재치있는 시청자의 드립으로 웃음바다로 변해요.

당연히 분탕질도 존재하지만 적어도 뭔가의 반응이 계속해서 나옵니다.

하지만 하꼬는 그런게 없어요.

전부다 스트리머가 해야합니다. 드립도 내가 치고 반응 없어도 계속 멘트치고 오버액션하고.

방송을 한다는 자체가 힘들고 어려워요.

특히 시청자 숫자에 신경쓰고, 반응에 신경쓰고 있으면.


근데 그래도 해야합니다. 저렇게.

저렇게 멘트 때리면서 유튜브에 편집해서라도 올려 놓으면 1명이 오고 10명 옵니다.

내 방송 보고 있는 2명 3명 별거 아니죠.

근데 그 2명 3명 잡아놔야 다음에 4명 5명 되요.

오늘 2명 떠나면 내일 또 2명 잡아야합니다.

이렇게 하면 몇 년간 해봐야 소용이 없는거에요. 어차피 다 떠나가니까.

저거 몇 달 동안 계속하다보면 20명 되고, 30명 됩니다.

그것도 항상 같은 시간에 계속해서 해야지 유지가 되요.

어제 했는데 오늘 안하면 사람들 또 다른 곳으로 갑니다.

저도 일 주일에 하루 빼고 항상 같은 시간에 꾸준하게 방송했습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계속 들어와요.

취미 방송에서는 어려운 일이긴 하죠. 방송은 어쨌든 우선 순위에서 밀려있으니까.

하지만 분명한건 시청자들은 그런 사정에는 관심없습니다.

적어도 내 방송의 열정적인 팬이 되기 전까지는.


한 10년 전에는 마이너 게임이고 재미있는 멘트고 뭐고 간에 방송하고 있으면 사람들이 들어왔겠죠.

그때는 인터넷 방송이라는게 신기하고 하는 사람도 없었으니까요.

근데 지금은 거의 세 종류의 방송만 잘나갑니다.

게임을 너무나 완벽하게 잘해서 게이머 위주의 시청자를 보유하거나

패드립을 치던 욕설을 하던 아무튼 자극적인 재미와 입답을 보여서 예능 위주의 시청자를 보유하거나

압도적으로 잘생기고 예뻐서 캠방으로 연예인 위주의 시청자를 보유하거나.

이게 없으면 시청자가 늘어날수가 없어요.

하물며 취미 방송일 경우에는 더 심하구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사람들은 스트리머가 재미있어하는 건 관심이 없습니다.

그 재미있는게 자신에게 전달되기는 바랄 뿐이에요.


이미 사실상 모든 종류의 방송은 존재해요.

오죽하면 공부방송도 있습니다. 물론 그냥 공부만 하는게 아니라 외모가... 외모가... 잘생겼더라.

이게 없으면... 멘트라도 잘 쳐야죠. 내가 재미있어할게 아니라.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건 시청자수 신경쓰면서 취미 방송이라고 하시면 안되요.

시청자 반응 신경쓰면서 취미 방송이라고 하시면 안됩니다.

이미 그 영역으로 넘어간 순간부터는 전업 방송이나 마찬가지에요.

취미 방송은 나만 재미있으면 그만이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을 신경쓰게 되면 이미 취미의 선을 넘어갑니다.


스스로 잘 선택하셔야해요.

내가 정말 취미 방송으로 이걸 하고 있는건지를.

아니면 유명하고 잘 나가는 방송이 못 되더라도 적어도 팬이라는 계층을 데리고 있을 수 있는 방송을 하고 싶은 것인지.


전자는 모르겠지만 후자로 넘어가면 아예 모든걸 바꾸셔야 합니다.

가능한 한 동일한 시간대에 방송을 하면서 휴방일은 시청자들이 혼동하지 않도록 항상 알려야하고

내가 재미있는 게임이 아닌 게임을 할 각오도 해야하고 그것도 억지로 하는 티 없이 항상 재미있는 척을 계속 해야합니다.

그걸 나 혼자 재미있는게 아니라 시청자가 재미있게 변환해서 전달해야하구요.

게다가 하꼬방에서 약간 벗어나서 시청자가 늘어나려고 한다 싶으면 온갖 문제가 생깁니다.

시청자들끼리 자기들끼리 그룹을 만들어서 통성명하면서 자기들끼리 놀면서 채팅창에서 온갖 신변잡기 늘어놓기도 하고

분탕질에다가 어그로에 천원 도네하고 왕놀이하려는 정신나간 인종들까지 다양하게 많아져요.

(오해하실까봐 추가하지만 천원 도네가 가치가 없다는게 아니라

넌 ** 내가 도네까지 했는데 이딴식으로 나올거냐 식으로 나오는 맛간 인간들 얘깁니다.

매너 좋으신 분들도 많고 개인 단위에서 수십만원 쏴주시고도 채팅 한 번 안하고 봐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예전에 스트리머 공공재 얘기 때문에 난리가 난 적도 있다죠. 아마)


저기에 더해서 유튜브 같은 곳에 편집을 했던 안했던 꾸준하게 영상 업로드도 해야하고

트게더 게시판을 만들던 카페를 만들던 만들어서 시청자들의 의견도 받고 잡담도 받아줘야하고

방송 내내 라디오가 끊어지지 않게 멘트도 계속 해야하고

(저는 3~5시간 동안 방송하고 편집 안하고 영상을 올렸는데 사람들이 그래도 잘 보더군요.

5시간 거의 내내 라디오가 1분 이상 끊기지 않게 계속 했습니다. 방송 초기에는 목이 쉬어서 채팅으로만 방송하기도 했죠.)

여기까지 해야지 방송이 성장할 기반이 마련됩니다.

그냥 방송하고 있는다고 해서 성장하지 않아요.

땅이 말라있는데 어떻게 싹이 나겠어요.


아닌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제가 무슨 인터넷 방송 전문가도 아니고 그냥 하꼬였어요.

지금은 방송 그만 뒀습니다. 개인적인 사정도, 주변의 사정도, 여러가지 이유가 겹쳐서요.

어쨌든 하꼬 스트리머로서 고민하고 계시는 것 같아서 제 경험담을 섞어서 몇자 적어봤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취미 방송이라면 지금 상황은 당연하신거에요.

전업 스트리머가 되겠다는 사람들도 위에 적었던 방법을 다 사용해서 시청자수 20명, 30명 이러는게 현실이에요.

정말 압도적인 재능이 없다면요. 재능이 있으면 캠켜놓고 공부만해도 수천명씩 봅니다. 잘생겼다던지.


2018년 11월 1일 오후 8시 20분 기준으로 롤방송이 수백개입니다.

과연 내 방송에 들어와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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