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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러니 리뷰: 신화시대의 끝자락에서의 RPG

슈팅스타_
2017-03-22 16:28:21 2105 2 1

사실 티러니 리뷰는 상당히 괜찮은 리뷰가 많고, 당장에 나무위키 티러니 항목만 가도 괜찮은 리뷰글이 있으니까 그것을 읽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기교 있게 상황에 맞는 사진이나 그림을 잘 못넣기도 해서 장문의 글로만 리뷰를 했습니다. 옵시디언 엔터테인먼트나 RPG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관심있게 읽어줬으면 좋겠습니다.

 

================================================================================================티러니는 옵시디언 엔터테인먼트가 작년 말에 출시한 게임이다.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와 관련 확장이 출시되고 있는 와중에 갑작스럽게 발표된 후 빠르게 발매가 된 작품이기도 한데, 이는 사실 본작이 2006년부터 개발을 진행하던 도중에 개발이 취소되었던 프로젝트에서 기원했기 때문이다. (http://kotaku.com/tyranny-emerged-from-the-game-that-nearly-sank-obsidian-1767592617)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작은 독특하다면 독특하고 구리다면 구린 아트 스타일과 더불어 짧은 분량 등으로 인하여 제대로된 정규 작품이라기 보다는 여러가지 시스템 들을 실험해본 일종의 실험작의 느낌이 강하다. 본작에서 다루는 주요한 컨셉은 선과 악이 분명하지 않은 세계에서의 악의 미학,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 그리고 이를 느끼기 위한 다회차 플레이등을 강조한 작품이기도 하다.

 

티러니는 여러모로 다른 수많은 판타지 게임과 비교하여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일단 시대부터가 그러하다. 티러니의 배경은 청동기가 철기로 넘어가는 때를 다루고 있다. 보통 인류의 역사는 선사시대를 거쳐 역사시대로 넘어가면서 많은 고대 국가들은 보통 청동기 시대부터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 시대는 인류의 역사의 여명기이며, 신화와 전설이 역사 속에서 살아 숨쉬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기에 주나라는 선인들이 엮인 대전쟁을 통해 상왕조를 거꾸러뜨렸으며, 나일강에서는 호루스의 현신이 신왕으로써 군림했다. 이러한 여명기의 분위기는 게임의 배경이 되는 땅, 티어즈에서도 드러난다. 일반 명사로 되어있는 수많은 지역들(푸른 들판이 있는 에이저, 강건한 사람들의 도시 스톨워트, 두 문화가 혼재된 바스타드 시티와, 층계로 나누어져 있는 땅 티어즈 까지)과 신화적인 힘을 가진 영웅과 악당, 그리고 오랜 역사를 가진 무기와 유물들은 마치 우리가 익히 보던 낭만적인 판타지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신화시대를 끝내는 자들이 있다. 바로 대군주 카이로스와 그의 군대들이다. 더이상의 영웅은 없다. 위대한 전사들이 대장장이들이 심혈을 들여 만든 무기를 들어도, 이름없는 수많은 병사들의 철검과 폭도들의 날붙이에 대항할 수 없었다. 이러한 군홧발 아래에서 신화와 전설의 땅인 티어즈는 겨우 3년만에 무너졌다. 청동기에서 철기로 바뀌면서, 명예전에 가까웠던 춘추시대가 끝나고, 주왕실이 사라지고 섬멸전이 시작되었던 전국시대처럼 이제는 어떠한 낭만도 없다. 신화시대의 잔해 위에서 카이로스의 제국은 공정하지만 무자비한 법 아래에서 티어즈를 통치하는 역사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플레이어는 위대한 혈통의 후손, 영웅, 선택받은자 따위가 아니다. 그저 뛰어난 재능을 가진 하나의 법관이자 심판관일 뿐이다. 

 

이러한 낭만없는 건조한 현실의 모습은 게임 내에서 자주 드러낸다. 플레이어는 수많은 신화시대의 유물을 만나고 감동하나, 이윽고 한 국가의 권위를 나타내는 전설의 검이 잘 갈려진 철검만도 못하다는 사실에 실소를 금치 못하게 될 것이다. 카이로스의 제국은 무자비하지만 공정하고 납득가능한 법을 통해 티어즈에 질서와 평화를 퍼트리려 한다. 그렇기 때문에 불굴의 의지로 저항하는 적을 전략병기로 섬멸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무자비한 카이로스의 제국에 저항하는 저항군조차 제대로 통합되지 못하고 자신들에게 손을 내밀어주는 마법사들을 차별한다. 희생정신과 전우애를 강조하는 자들은 그러한 가치가 필요없는 자들을 죽이는데 거리낌이 없으며, 티어즈인마저 제국의 일원이라며 자비를 보여주는 자들은 오히려 티어즈인을 징병하여 그들의 옛 이웃과 싸우는데 이용해먹는다. 

 

이러한 배경에서 플레이어는 수많은 선택과 조우하게 된다. 특히나 1부에서 각 팩션사이의 알력이 수면 아래에서 충돌할 때, 플레이어는 하나의 정의를 관철하여 배신을 거듭할 수도, 혹은 우직하게 한 세력에게 충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선택의 결과는 고스란히 쌓여 이윽고 플레이어에게 돌아오게 된다. 여러 게임들이 단순히 호의를 잃고 얻는 것에 만족했다면, 티러니의 호감도는 해당 캐릭터/세력에게 호감과 분노 양쪽면에서 관계를 발전시키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상호작용에 영리하게 연결되어 있는 피드백 시스템은 해당 캐릭터를 좀더 생동감있게 만들어준다. 같은 선택을 하더라도 플레이어가 이전에 어떠한 행동을 해왔냐에 따라서, 해당 세력과 캐릭터는 플레이어를 믿고 따르거나 묵인할수도, 혹은 격렬하게 반발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게임의 주요 의도 중 하나는 바로 회차 플레이를 통해서 여러 캐릭터들이 다양한 선택에 따라 어떠한 반응들을 보이는지를 보면서 즐기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중 하나는 이런게 있다. 세계가 알고 플레이어 캐릭터도 알지만 정작 플레이어는 모르고 있는 것이 그런 것이다. 이것은 배경 설정일 수도 있고, 플레이어가 선택한 결정의 예상하지 못한 결과일 수 있다. 티러니는 이때 이를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게임 시작하자마자 보이는 반란군이 나를 "여왕시해자"라고 적대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면? 해당 하이퍼링크를 눌러보면 된다. 아, 내가 캐릭터 메이킹 과정에서 적의 여왕을 계략을 통해 죽여버렸구나. 아니면 저들이 당연스럽게 말하는 소재에 대해서도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클릭해보면 된다. 많은 게임들이 로어를 게임과 분리하여 하나의 글모음으로 만들어 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흥미롭고 재밌는 소재지만 게임의 흐름을 끊어놓는 별책부록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 게임은 근본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1회차의 플레이는 확실히 흥미롭고 재밌다. 하지만 게임의 진정한 재미인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를 보기 위해서는 회차 플레이를 해야 하는데 정작 회차플레이에 별로 어울리지 않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게임의 대다수를 차지할 전투에 등장하는 적들은 세 종류에 불과하고, 이는 플레이어로 하여금 지루함을 느끼게할 것이다. 20시간 가량의 짧은 플레이 타임은 회차 플레이를 고려한다면 오히려 적당한 길이일지도 모르지만, 짧은 분량은 선택에 따른 다양한 결과를 담기에는 부족한 분량이다. (다시 말하자면 게임의 길이가 짧아서 선택에 따른 결과가 서로 크게 벌어지지 못한다.) 핵심 컨셉이 선택과 결과임에도, 사실 티러니의 다양성은 뉴베가스에 비하면 오히려 조금 적다. 요컨데 당신이 음식에 다양한 토핑과 소스를 선택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당신이 먹을 요리는 A코스 샐러드, 스테이크, 파스타는 결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요리사는 당신이 선택한 취향에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할테지만, 저 세 요리 외의 다른 요리를 먹을 수 없다는 것은 크게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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