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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담 스압) 내 군대썰

ㅅㅅ08456
2018-10-07 12:56:07 4177 5 6

난 부대명보단 사단장들의 무덤이라고 더 잘 알려진 모 사단의 직할 수색대대였음. 수색대가 뭐하는데냐면 DMZ 수색매복하는 부대임.

매복작전 할 때 썰인데, 매복은 뭐냐면 해 질 때쯤 DMZ 들어가서 그날 지정된 매복지에 들어가서 안 자고 버티다 오면 되는 간단한 작전임.

겨울이었는데, 그날따라 비가 왔음. DMZ 매복지는 그냥 산 중턱에 적당히 구덩이 파 놓은게 다라서 비가 오면 비를 다 맞게되고 물이 고여서 매복지 작전이 어려워짐. 

그럴 때 우리는 수색중대가 점유하고 있는 요새(?)인 상시GP 말고 가끔 쓰려고 만들어놓기만 한 수시GP나 아니면 종전후에 만들고 그대로 방치된 폐GP에 들어가서 경계작전을 서는 척 하면서 로테이션으로 꿀잠을 때리고 오곤 했음. 그날은 수시GP가 작전구역 내에 있어서 거길 들어갔음.


얘기하기 전에, DMZ안엔 어떤 희안한게 있냐면 귀순자 유도함이란게 있음. 북한군이 아 자본주의진영으로 가버렷 하고싶을때 군사분계선을 넘어와서 이 함을 발견하면 그 안에 건빵으로 배 채우고 물 한잔 한 다음 경광봉으로 자기 귀순의사를 표시할 수 있도록 잡다한 물건들을 넣어둔 함임.

GP 앞이나 주요 귀순로(수색로) 중간중간엔 이 함이 배치돼있는데, 그 지역 수색로를 지나가게 되면 수색대는 내용물의 상태를 확인하고 이상이 있을 시 보충하는 역할을 했음.

그날도 매복을 위해서 GP를 점령하는 도중 우리 매복팀은 GP 문 앞의 귀순자 유도함의 내용물을 확인하고 이상이 없는걸 확인한 뒤 GP에 들어가서 난로를 켜놓고 건빵 한봉지 먹고 노가리를 깠음. 

그때까진 전혀 문제가 없었음. 평범하게 노가리 깔거 까고 취침 때릴거 때리고 '아 겨울매복 존나 기네' 따위의 불평을 하면서 꿀을 빨다가 아침에 주섬주섬 철수하려고 짐을 챙겨서 GP 문 잠그고 나왔음. 


문제는 그 후였음. GP에 들어갈때랑 나올때 다른점이 하나 있는거임. GP 문 바로 앞에있는 귀순자 유도함이 미친놈마냥 번쩍번쩍 하고있었음. 매복작전은 해 지고 투입해서 해 뜨기 직전에 철수하기 때문에 주변이 어두워서 조금만 빛이 있어도 엄청나게 눈에 띔.

팀장이 무슨 일인가 싶어서 확인해보니 분명히 정비를 끝내고 걸쇠를 걸어둔 유도함 안의 경광봉이 전원이 켜져서 깜빡거리고 있었음. 문제는 이거 분명히 GP 들어가기 전에 우리가 꺼져있는걸 확인했단거임. 

말했듯이 한밤중이기 때문에 빛이 조금만 새어나와도 그 존재감을 무시할수가 없음. 우리가 들어갈 떄 경광봉이 이미 켜져있는 상황이었으면 무조건 우리가 알았을거임. 

유도함은 바람에 의해 열리거나 동물이 내용물을 꺼낼 수 없도록 자물쇠는 없지만 물리적 잠금장치가 있음. 그래서 사람은 쉽게 열 수 있지만 다른 요인으로는 쉽사리 열리지 않음. 

그날은 바람도 잔잔했기 때문에 돌풍이 불어서 내용물이 굴러다니다 우연히 경광봉이 켜졌을 가능성도 없었음. 심지어 유도함을 열 때 잠금장치는 제대로 잠겨있는 상태였음.


다시 말해서 누군가 유도함의 경광봉을 켜두고 갔다는거임. 근데 DMZ 내에서 수색대가 작전하고 있는 시간엔 그 어떤 사람도 작전구역 내로 들어오는게 금지돼있음. 어느정도냐면 신원미상자가 발견될 경우 무조건 적으로 간주하고 사격하는게 규정임. 아니 아군이면 어떡하냐구요? 그건 니 잘못이죠 미친놈아. 누가 거기 있으래?

아무튼 그래서 우리는 북한군이 침투한 상황을 우선적으로 가정할수밖에 없었음. 설레발이 아니라 그 쯤 해서 우리 부대에 적 민경대(북한군의 수색대 포지션)가 담력시험을 위해 미리 알려진 침투로로 잠입해 어느 지역을 찍고 복귀하는 훈련을 한다는 첩보가 있었음.

그래서 우린 주변 일대를 이잡듯이 뒤졌음. 하지만 북한군도 뇌가 있다면 우리가 철수한다고 5분 넘게 부시럭거리는 동안 그 자리에 가만히 있진 않겠지. 우린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음.

귀순자 유도함은 진짜 말 그대로 통문 바로 앞에 설치돼있었음. 그래서 만약 북한군의 침투가 사실이라면 이 사건은 우리 매복작전부대의 경계작전 실패를 의미했고, 때문에 그 날의 해프닝은 상부에 보고되는 일 없이 그렇게 묻혔음. 

그날 실제 있었던 진상이 뭔진 그 누구도 모름. 어쩌면 기상천외한 확률로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나와 그날 작전팀의 킹리적 갓심은 여전히 그게 분명히 북한군이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음. 그리고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그 날이 내 군생활 통틀어 북한군과 가장 가까운 거리까지 접근했던 날일거임. 꿀잠을 때리던 사이에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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