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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쓰는 희곡!

Broadcaster 애론
2018-09-17 23:25:18 222 0 1

d-day

애론 작


등장인물: 바텐더, 여배우 J, 작업남, 앵커, 낙관주의자

장소: 조용한 바

 

어두운 바, 서서히 불이 켜지며 깔끔하게 정리된 내부가 보인다.

바텐더 출근

이어서 여배우 J입장, 서로 안부를 묻는다.

 

바텐더: 오늘도 오셨군요. 점점 일찍 오시는거 같습니다.

J     : 세상이 이 지경인데 스케줄도 없겠다, 이제야 하고 싶은 걸 하는걸요

바텐더: 어떻게 보자면 휴가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J     : 휴가 좋죠, 다만 휴가의 마지막이 너무 극단적이지만… 아무튼 항상 마시던 그걸로 부탁해요

바텐더: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여배우 능숙하게 주문을 하고 바텐더 혼잣말하듯 레시피를 읊조린다.

 

J     : (여배우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 계산을 한다) 자 여기요. 거절하실게 뻔하지만 오늘도 가져왔어요

바텐더: (손사레를 치며) 세상이 이지경인데 돈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이 늙은이에겐 괜한 짐만 될 뿐입니다.

J     : 혹시 모르잖아요? 운석이 마음을 바꿔서 휙! 하고 지나갈지 그때는 이녀석들이 눈앞에 아른거릴걸요?

바텐더: (잠시 미소지으며 뜸들이다)그럼 그런 날을 바라며 받아두도록 하죠…

J     : 마침 시간도 됐는데 TV 좀 볼 수 있을까요?

 

바텐더가 카운터 아래 서랍에서 리모콘을 꺼내 TV 전원을 킨다. TV에선 앵커가 뉴스를 진행중이다. 오른쪽 위 구석에는 ‘운석 충돌 d-day’라는 작은 글씨가 써있다.

 

앵커  : 시청자 여러분 오늘도 안녕하십니까. 지구로 날아드는 운석이 관측된지 오늘로써 보름. 즉 전문가들의 분석에 의하면 운석 충돌 d-day가 되는 날입니다. 전세계 모두가 마음모아 궤도 이탈을 기도했지만 결국 바뀌는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운석 충돌로 인해 방송이 불가능해 질때까지 중계는 멈추지 않고 계속 진행할 것입니다. 방송을 보고계신 시청자 분들께서도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고 지금처럼 일상을 지키는데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의 말을 마지막으로 화면이 전환되며 각종 레이더와 카메라 등 관측

영상들이 화면을 채운다.

 

J     : 참 신기하단 말이에요. 다들 똑같이 죽을 운명인데 누구는 난동을 피우고 누구는 그걸 수습하고, 제지하고… 재난 영화에서도 이렇지는 않을텐데

바텐더: 그러게나 말입니다. 정부도 아닌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치안유지군이 이렇게 영향력이 있을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아직 희망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다는 의미겠죠.

J     : 희망 말이죠… 참 좋은 단어인데 항상 좋은 희망만 있는건 아닌거 같아요. (작업남이 들어오는 걸 발견하고 문을 주시하면서)가령 저런 사람들이 품고 있는 희망같은거 말이에요.

 

딸랑- 도어벨 소리가 나며 작업남 입장. 넓지 않은 가게를 두리번거리며 여배우 옆자리에 앉는다.

 

작업남: (능청스럽게) 빈자리가 여기뿐인데 실례 좀 할게요.

J     : 다른 자리는 순수한 사람한테만 보이나 봐요. 아니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사는 건가?

작업남: 얼마 남지않은 삶인데 하고 싶은거 하고 보고 싶은거 볼 시간도 부족하잔아요? 그런 의미로 전부터 말한 것처럼 뜨거운 시간 보내는건 어떻게 생각 좀 해보셨나?

J    : 전에도 말했지만 오늘만 산다고 해서 정말 오늘만 살것처럼 막 사는 타입은 아니어서요.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쏘아본다.) 이정도면 알아먹고 접어야 하는거 아닌가?

작업남: (가소롭다는 듯 자신감에 찬 얼굴로) 하! 국민배우 J를 어떻게 만났는데 포기를 해? 열 번 찍어 안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은 알지?

J     : (마시던 술잔을 탕! 소리나게 내려놓으며) 지금 어떤 나무를 어떤 도끼로 찍는 중이란 건 아시나 몰라? 그러다 도끼 부러지면 어쩌려고 그러는건지

작업남: 아 거참, 전문가들도 입을 모아서 오늘 인류가 망한다는데. 아니, 이 불타는 청춘의 희망 하나 못들어주나? 그냥 눈 딱 감고 일탈한다고 생각하면 서로 좋은거 아냐? 어?

 

딸랑 - 도어벨이 소리가 나며 낙관주의자 입장. 여유있는 표정으로 가게 안 사람들에게 눈인사를 한 번씩 하고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는다.

 

낙관人: 다들 좋은 시간 보내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아, 주문은 추천 메뉴가 있다면 그걸로 하죠.

작업남: 여긴 당신 같은 노인네가 올곳이 아닌데, 곱게 집으로 돌아가지 그래?

낙관人: 저는 이야기를 나누러 온거지 절대 싸우려고 온게 아닙니다. 그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삶에 충실하자는 말을 드리려는 겁니다.

작업남: 아니! 오늘 운석이 충돌해서 인류가 싸그리 죽는다는데 뭔 삶에 충실이야!

낙관人: 갑자기 나타난 운석이 갑자기 사라질수도 있는거 아닙니까? 허무맹랑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낙관적으로 살아보는건 어떨까요? 어떻게든 잘 해결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부디 보름전 그날처럼, 지루하다 생각했던 일상으로 돌아가자 그 말입니다.

작업남: 여기 말 안통하는 사람이 또 있네…! 높으신 양반들이나 전문가들이 전부 인류 명말이라 입을 모으는데 뭐? 낙관적으로? 그리고 그 일상으로 돌아가서 뭘 할건데? 회사나 은행이나 전부 난리통이고 그나마 멀쩡히 돌아가는게 이런 가게인데 왜 하필 여길와서 나한테 이러는거야!!

 

낙관人 작업남과 말싸움을 벌이는데 잠잠히 지켜보기만 하던 여배우 돌연

가방에서 권총을 꺼내 작업남에게 겨눈다.

 

일동 놀라며 몸을 숨기거나 손을 든다.

 

J     : (가볍게 웃는다)다른 분들은 겁낼거 없어요. (싸늘하게) 넌 가만히 있고

작업남: !!!!

J     : 이런걸로 놀라긴 일러. 얌전히 앉아서 TV나 보라고

 

거의 동시에 TV에서는 다시 스튜디오가 잡힌다. 앵커가 자료를 받아들며 스태프에게 다급하게 설명을 듣는다.

 

앵커  :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게) 지금 들어온 속보입니다! 운석 관측 이후 동시에 시작된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이 자신이라는 자백이 담긴

       자료가 방금 방송국으로 전달되었습니다. 충격적이게도 발신인이

       여배우J 라고 합니다.

       자료화면 준비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작업남: (차마 고개는 돌리지 못하고 시선만 여배우 J를 향한채)연쇄살인범이… 당신이라고?

J     : 조용히하고 좀 더 지켜봐봐

 

TV화면이 전환되며 모자이크 처리된 사진이 화면을 채운다.

 

앵커  : 차마 원본을 보여드릴순 없지만 사진들에서는 여배우 J로 확인되는 여성이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모두 원본으로 추정되지만 조작여부를 면밀히 조사해 다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웅성이며 분주해보이는 스튜디오가 비춰지다 다시 운석 관측 영상으로

바뀐다.

 

작업남: 거짓말! 모함일거야!! (눈치를 보며)당신이 왜 갑자기 살인범이라는 거야!!

J     : (가소롭다는 듯)그래서 아까 내가 물어보지 않았나? 어떤 나무를

       치고 있는지 알고있냐고

작업남: (두려움에 떨며 흐느낀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살려만 주세요

J     : 꽤나 괜찮은 일탈이지?(동시에 바텐더를 바라보며) 아저씨 덕분에 저녁시간이 즐거웠어요.

 

즉시 모든 조명이 꺼지며 두 번의 총성이 울린다.

TV 근처 조명만 희미하게 밝아졌다가 이내 뚜렷하게 보일정도로 밝아진다.

 

앵커  :(격앙된 목소리로) 시청자 여러분! 기적 일어났습니다! 충돌 궤도를 그대로 진행하던 운석이, 충돌 직전 갑자기 사라졌다고 합니다! 기적입니다! 그야말로 기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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