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나는 지금 내가 싫어하는 것으로부터 도망치고 있어요
알아요 내가 못났다는 거 다른 자식은 잘 해내는데 나만 못하고 있죠
운전면허도 토악질을 하는 바람에 그만두었죠 지금은 마땅히 하고 싶은 것이 없는데도 대학교를 그만두려해요
나는 뭘까 생각해요 스스로가 비참해져요 왜 태어났을까요
저와 대화하실 때 면도칼로 흉하게 된 왼팔을 본 어머니 기분은 어떠셨나요 면도칼이 내버린 상처 자국만큼 어머니 마음도 난도질 당하셨나요 핏자국으로 변한 왼팔을 보실 때 억장이 무너지셨나요
다른 멀쩡한 얘들은 잘만 학교 다니는데 혼자만 그만두니 주변 시선이 두려우신가요
형보다 내가 못나보이고 누나보다 내가 못나보이고 한숨으로 가슴이 먹먹하시나요
그래요 나도 알아요 내가 어머니가 아니라서 모르지만 얼마나 답답할지 알아요
그래서요 어머니 전 이제 어머니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구요 저 자신에게 더 유덕해지려고요
이제 면도칼로 실패하는 일은 그만두려고요 아프고 눈 감으면 난 날아오르려고요
그래요 어머니 이런 일을 불특정 다수에게 보이는게 창피하고 부끄럽고 관심을 유도하는 것처럼 보이는다는 걸 저도 알아요 어머니도 그렇게 느끼겠죠
그래도 어머니 전 이 밤을 뜬 눈으로 지내려고 해요 밤이 아침으로 바뀌는 마술을 직접 느끼고 싶어요 한번도 본 적이 없거든요
이제 마지막 밤과 아침 사이의 경계를 두 눈과 한 가슴에 담으면 전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가지고 떠나겠죠
이걸 읽어주는 사람의 목소리도 못 듣고 가겠지만
떠난 후에 제가 남긴 것들을 소중히 하지 않았으면 해요
난 못난 자식이니까 엄마에게 나쁜 자식이었으니까
있는 것을 사랑하고 아름답게 여겼으면 좋겠어요
늘 사랑하고 했어요 앞으로도 그럴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