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룐룐이 소설방 편애에서 시작되는 이 세계 피크닉 2

Broadcaster 룐룐이
2018-03-04 04:31:21 817 0 0

편애에서 시작되는 이 세계 피크닉 2

작가 룐룐이(kaist522)

모험가등록을 마친 후, 나는 아쿠아 씨와 이쪽 담당자 씨의 허가를 받아, 마을을 살짝 벗어나 주변을 돌아볼 기회를 얻었다. 아쿠아 씨는 항상 내 위치나 위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하니까 멀리만 가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이 부근에는 강력한 몬스터도 없다고 하니 두 담당자도 허가를 내려 준 거겠지.

분위기를 보아하니 왠지 두 사람이 오랜만에 만난 것으로 보였기에 천천히 시간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며 회포를 풀라는 나의 배려 아닌 배려도 있었다고 쳐 두자. 응.

“그래서 말이지~ 봉급은 조금 아쉽긴 해도 이 마을을 떠날 수가 없단 말이지. 뭐니 뭐니 해도 안전한 게 제일이니까. 얼마 전에 동기 녀석이 크게 다쳐서 은퇴했다는 말을 들은 이후로는 더욱 여기 남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니까.”

“그건 맞는 말이에요. 돈이 많이도 험하게 다치거나 하면 치료비가 더 나가죠.”

“그렇지! 뭘 좀 아는구먼, 형씨는.”

마을을 나서기 전에 문을 지키고 있던 문지기 아저씨에게 주변의 몬스터에 대한 정보를 물어보다가 다른 사람과의 대화가 고팠었는지 나를 붙잡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시길래 지루한 이야기도 아니었거니와 사람도 좋아 보여서 잠시 입구 쪽에 멈춰 서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지금 우리가 머무는 마을의 이름은 ‘리아미’라는 마을인데, 크기는 작은 마을이지만 지형이 미묘하게 큰 대도시들이 내뿜는 ‘대(待) 몬스터 결계’의 잔존 영향력이 여러 겹 겹치는 바람에 몬스터들이 자연적으로 발생을 하긴 하지만 굉장히 약화가 되어있다고 했다.

몬스터의 경우 대체로 두 가지의 생태를 보이는데 기존의 야생동물들이 마왕의 잔존마력에 오염이 되는 경우와 마력의 농도가 일정수준 이상으로 짙을 때 자체적으로 마핵(魔核)을 이루어 형태를 이뤄내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하였다. 이 마을의 주변의 경우는 전자의 몬스터만 생성이 된다고 한다.

담당자분이 일부러 이쪽으로 신경을 써서 배정해 준 것도 안전성과 더불어 번잡하지 않고 여유 있는 장소를 골라 준 것이리라. 대도시는 솔직히 여러모로 번잡할 것 같은 이미지가 있다. 물가도 비쌀 거 같고. 하지만 며칠 뒤에 관광 겸 몇 군데를 둘러보기 위해 잡혀있는 계획은 살짝 흥미가 있긴 하다.

아저씨와 이런저런 관광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멀지 않은 수풀 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기에 돌아보니 어느새 ‘야생의 몬스터’가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오, 이쪽 근방까지 몬스터가 오는 경우는 드문 일인데.”

“아, 이런 느낌이었군요. 안전할 만도 하네요, 이름이 아마 ‘뿔 토끼’였었나요?”

“그렇지, 게다가 같은 뿔 토끼라도 다른 지역에서 나타나는 녀석들은 제 딴에 몬스터랍시고 나름대로 무시무시 살기등등한데 이 근방 녀석들은 그냥 토끼랑 동급 취급이야. 왠지는 보면 알겠지? 그래도 애완동물로 허가는 못 내주지만 말이야.”

“그럴 만도 하네요.”

우리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그 ‘몬스터’는 토끼의 모습에 이마에 보일락 말락 한 아주 작은 뿔을 달고 있었는데, 일반적으로 봤던 토끼보다는 살짝 덩치가 컸다. 농구공 정도의 크기라고 해야 하나.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쪽으로 폴짝폴짝 뛰어오길래 처음에는 살짝 놀랐지만, 자세히 보니 달려오는 속도도 느리고 적의가 느껴지지 않아서 자세를 낮추어 맞이해 주었다.

“이, 이봐. 아무리 안전하다고는 해도 가끔 들이 받혀서 넘어지는 사람도 있으니까 조심…. 어라?”

나름대로 맹렬하게(?) 나를 향해 돌진하던 몬스터는 그대로 내 품 안에 파고들더니 강아지처럼 부비부비~ 라는 느낌으로 애교를 떨기 시작했다. 으와, 그건 그렇고 야생의 짐승의 냄새가 나긴 하는구나. 나는 고개를 돌려 살짝 재채기한 다음에 간이 세정 기능이 있는 점토판을 사용해서 ‘뿔 토끼’와 내 옷을 씻어 냈다. 다행이다, 이제 좀 냄새가 가셨네. 아마 이러면 무리에 돌아가서도 사람 냄새가 나지 않아서 무리에서 격리당하는 일도 없을 거다.

“별 희한한 장면을 다 목격하네. 혹시 테이머에 소질이 있는 거 아닌가?”

“테이머라, 그 방면도 생각외로 괜찮을지도 모르겠는데요? 그나저나…. 이렇게 토끼를 쓰다듬어 보게 될 줄은 몰랐어요. 털 느낌이 생각보다도 훨씬 부드럽…. 어라? 어라라라!?”

토끼의 여기저기를 쓰다듬어주다가 토끼의 이마를 손바닥이 스쳤었는데, 토끼의 ‘뿔’이었던 작은 돌기가 ‘퐁’ 하는 느낌으로 빠져버렸다. ‘손대지 마시오’라고 안내문이 쓰여있는 미술관의 작품을 남몰래 만지다가 부러트려 버린 말썽꾸러기처럼 나는 멋쩍은 표정으로 병사를 올려다보았다. 어안이 벙벙해져 버린 아저씨의 표정은 덤.

다행히도(?) 아프진 않았는지 이제는 그냥 ‘덩치 큰 토끼’가 되어버린 그 녀석도 오히려 개운하다는 기세로 뀨~ 뀨~ 라는 소리를 내며 몇 번 더 ‘부비부비’를 하더니 이내 숲속으로 기어서 들어가 버렸다. 여담으로 녀석의 뿔은 말이 뿔이지 끝이 날카롭지 않고 뭉툭해서 작은 조약돌이 손바닥에 닿는 기분이었다.

“어, 저기. 이런 일이 일어나기도 하나요?”

“아니, 문지기 경력 20년 만에 이런 건 처음인데.”

“이런 뿔은 보통 어떻게 처리를 하나요?”

“아, 그건 전리품에 해당하니까 길드에 넘기면 화폐로 환전을 해 줄 거야. 하지만 보통은 이런 식으로 전리품을 얻는 게 아닌데.”

아무래도 그렇겠죠. 쓰다듬는 것만으로 아무나 전리품을 얻는다면 일류모험가들은 손바닥 가죽이 드래곤 가죽 급이게요? 나는 몬스터를 사냥하는 유명 게임의 캐릭터들이 커다란 몬스터의 등에 매달려서 거칠고 두꺼운 가죽을 필사적으로 쓰다듬어대는 장면을 상상해 보았다. 만약 그런 게임이 출시된다면 ‘몬스터 헌터’가 아니라 ‘몬스터 쓰다드머’가 되려나? 커다란 포메라니안이나 판다에게 대롱대롱 매달려 쓰다듬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나는 십몇 분 정도를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인사를 건넨 뒤 가까운 숲의 가장자리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쿠아 씨에게 받은 ‘감정 마법’이 각인된 팔찌를 이용해서 주변의 생태를 관찰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생각외로 단순한 잡초가 많았다. 포션의 재료나 향신료가 될 법한 허브도 아주 드물게 보이긴 했지만, 그 양이 매우 적었다. 하기야 주변에 넘쳐 나는 게 그런 것들이라면 약재상의 물건들이 제값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터였다. 나는 풀이 무성한 주변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풀 몇 포기를 뜯어보았다. 흔하게 보기 쉬운 잡초로 감정용 도구에도 ‘이름 없는 풀’로 감정이 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나는 그 뒤에 가방에서 ‘추출’기능이 있는 점토판을 꺼내어 작동시켰다. 다만 가장 기초적인 마법 문양으로 구성되어있어서 성능이 그리 강력하지는 않다는 것 같다. 마력이 잘 통하는 비싼 재료로 제작이 되면 더욱 강력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나.

점토판에 마력을 불어넣자 이윽고 문양이 파란빛을 내며 살짝 공중으로 떠올랐고, 그 위에 풀 한 줌을 올려놓은 뒤 작동을 시켜봤다. 몇 초가 흘렀을까. 빛이 사라진 점토판에는 물기를 잃고 바스러진 풀이 가루가 되어 소복하게 쌓여있었고, 공중에는 풀잎에서 추출된 듯한 새끼손톱 크기의 반 정도의 크기인 연두색의 물방울이 둥둥 떠 있었다.

[희석된 최하급 체력 회복 포션] - 체력 회복(극소), 약물 피로(극소)

공중에 떠 있는 물방울을 담아놓을 용기가 없어서 흥미로 사놓은 포션을 하나 꺼내 마셔버렸다. 응, 맛이 없어 이거. 심지어 효과를 보아하니 다량복용을 하면 육체적으로 부담이 쌓일 것만 같이 보였다. 약물의 과, 남용은 금물입니다~ 이런 느낌인가? 더불어 풀에서 추출 해낸 연두색 물방울은 그냥 말 그대로 풀 맛이 났다. 아주 약간은 싱그러운 느낌이 들긴 했지만, 괜히 맛을 본 느낌이다. 이곳에 오면서 사탕을 챙겨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에서 반복작업을 하는 기분으로 주변의 풀들을 모조리 뽑아서 작업하다 보니, 작은 포션 다섯 병(이제는 친해진 문지기 아저씨에게 빈 병을 구할 곳이 있냐고 질문을 건네보니 근무 중 사용하고 남겨진 것이 있다며 감사하게도 빈 병 네 개를 근처 우물가에서 씻어서 건네주셨다.) 정도의 양이 모였고, 풀로 만들어진 어마어마한 양의 가루가 내 옆에 쌓여있다. 자루에 넣어두면 베개로 쓸 수 있는 양이다.

풀에서 추출한 재료는 최종적으로 [마른 풀의 가루], [풀잎 추출액]. 이 두 가지의 물건으로 감정이 되었다. 아이템의 효력은 잘 모르겠지만. 나는 추출을 통해 만들어진 가루가 어디에 쓰일지 생각하며 손가락으로 문질러보았는데, 생각보다 입자가 곱고 부드러운 게 기분이 좋았다.

무심코 손바닥에 올려서 바람을 불어봤는데 생각보다 넓게 퍼져버려서 재채기하고 말았다. 근데 생각보다 산뜻한 향이 나는 듯해서 주머니에 가루를 담아서 방향제를 만들어도 되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아마 제습 효과도 탁월할 거 같다.)마법 도구가 발달 된 이곳에서는 효용성이 극히 떨어질 것 같았다.

그다음으로 ‘농축’기능이 각인되어있는 점토판을 꺼내어 보았다. 추출액이 담긴 병을 점토판 위에 놓고 농축을 실행하니, 병의 액체가 약간 줄어들어 있었고, 대신 그 색이 살짝 짙어져 있었다. 한 병 기준으로 4번을 연달아 실행했을 때 액체의 양이 약 1/5 정도로 줄어있었다.

그 뒤로 호기심이 생긴 나는, 다섯 개의 병을 모두 한 병에 몰아넣을 만큼 농축을 시켜 보았는데, 그 결과물의 모습은 연둣빛에서 이제는 진한 초록색이 되어버린 한병의 농축액이 있었다. 확실히 향이 많이 강렬해졌다는 게 느껴졌다(그래 봤자 풀냄새지만.). 잠시 마력이 고갈되는지 살짝 어지러운 기분이 들었는데, 가호로 인한 재생력의 보정 덕분인지 금세 정상으로 돌아왔다. 치트 기분 나서 좋은데.

만들어진 작업물의 결과를 감정을 통해 본 결과 [풀잎 농축액]이라는 이름만 뜨고 그 이상의 기능은 보이지 않았기에, 아직 이 단계까지는 큰 성능을 기대하기 어렵겠구나~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두루마리의 정보에 의하면 아이템의 효과는 보통 [초대], [극대], [대], [중], [소], [극소]의 여섯 가지 분류로 나누어지는데, 극소에도 미치지 못하는 효과의 경우 감정 결과에서 제외가 된다고 하였다. 아주 극히 드물게 [초대]를 넘어서는 효과가 있다고는 하지만 공식적으로 기록된 사례가 거의 없어서 두루마리에 기재가 되어있지 않다고 하였다.

뭔가 농축액이라는 나름의 뿌듯한 성과물(?)을 만들어냈지만, 나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나머지 병에도 농축액을 담아버릴 정도로 작업에 푹 빠져버리는 바람에 지금 내 옆에는 마른 풀이 바스러진 가루가 작은 언덕을 이루고 있었다. 나는 보통 알피지 게임을 하면 사냥보다는 아이템 제작이나 채집, 요리 등 부수적인 기능들에 더 흥미를 쏟는 타입이기도 했다.

“하하, 너무 열중해버렸나?”

그때, 근처의 작은 수풀에서 바스락 소리가 나길래 돌아봤더니 풀 토끼 몇 마리가 수풀 사이로 머리를 빼꼼 내밀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똘망똘망 촉촉한 눈빛이 가슴을 설레게 하는걸? 자세히 보니 이마에 뿔이 없어진 녀석도 있는 거로 보아하니 녀석들의 친구 거나 가족인 모양인데, 뿔이 없어진 것으로 배척을 당하거나 하진 않아서 천만다행이다. 오히려 몇몇 뿔 토끼들이 내 앞으로 엉금엉금 기어오더니 가렵다는 듯 앞발로 이마를 자꾸 문질러대고 있다.

‘뿔 쪽을 쓰다듬어주기를 원하는 건가?’

아까와 마찬가지로 녀석들의 이마를 쓰다듬어주니 뿔이 퐁~ 하는 느낌으로 빠져버렸고, 뿔이 없어진 녀석도 굉장히 개운하다는 듯이 몇 번 제자리에서 폴짝 이더니, 가루가 마음에 드는지 가루가 쌓여있는 곳에 굉장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 가루가 갖고 싶어?”

장난스레 가루를 손가락으로 집어 공중에 뿌려줬는데, 굉장히 마음에 드는 듯한 눈치였다. 이따금 혓바닥도 날름날름하고 코도 벌름벌름하는 것을 보니 평소 먹던 풀의 향이 나서 그러는 걸까. 내가 장난으로 공중에 뿌린 가루에 호기심을 느낀 건지, 아니면 뿔이 사라지고 굉장히 개운하게 있는 이 녀석이 부러운 것인지, 수풀 여기저기서 토끼가 모습을 드러냈다. 크고 작은 녀석들이 모두 스무 마리 정도가 있었다. 많기도 해라.

나는 내 눈앞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녀석들을 바라보며 잠시 고민을 하다가, 이윽고 작게 한숨을 내쉰 뒤에 녀석들의 ‘뿔’을 모두 뽑아 주었고, 처리 곤란이던 가루도 녀석들에게 선물로 내어주었다. 가루를 이리저리 흩어놓으며 온몸으로 비벼대는 녀석도 있고, 가루를 조그마한 혓바닥으로 부지런하게 핥아대는 녀석도 있었다. 녀석들은 풀로 만들어진 가루가 포슬포슬한 느낌이라 꽤 좋아하는 것 같았다.

“아, 그러고 보니 녀석들의 뿔은 추출이 되려나.”

결과물은 [미량의 마력이 담긴 가루]였다. 오, 이제야 조금은 판타지답네요. 나는 뿔 한 개분의 가루를 더 만든 뒤에 이번에는 ‘조합’의 기능이 있는 점토판을 꺼내어 들었다. 역시나 추출 다음에는 조합이 정석 아니겠습니까? 추출액이 담긴 병 하나에 뿔 두 개 분량의 가루를 넣고 조합을 실행해 보았다.

[희미한 마력 수용액] - 자연회복 보조 (극소), 마력 독성 (극소)

오, 드디어 효과가 감정이 되었다. 근데 마력 독성이라니? 맛을 보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극소라서 괜찮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배탈은 날 것 같단 말이지. 그래도 확실히 마력이 더해졌을 때 약재의 효과가 강해진다던 말이 사실인 것 같았다. 나머지 재료들을 모두 사용해서 수용액을 만들고, 아까와 같은 과정을 거쳐 다시 한 병에 농축을 시켜 보니, 나름대로 그럴싸한 물건이 만들어졌다.

[희미한 마력 농축액] - 자연회복 보조 (소), 마력 독성(소), 마력 자극(극소)

마력 자극이라는 기능이 생기긴 했는데, 뭐에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좋은 기능이 아닐 수도 있고. 실험 삼아 냄새를 맡아보기 위해 손등에 한 방울을 떨어트렸는데 톡 쏘는 향에 살짝 놀라고 말았다. 매캐한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가까이하기 힘든 느낌이었다. 심지어 손등이 살짝 얼얼한 게 확실히 독성이 있는 게 맞나 보다. 손등 말고 다른 곳에 부어볼걸.

내가 얼얼해진 손을 흔들어 털고 있으려니 가까이 있던 토끼 녀석 중 하나가 어딘가로 엉금엉금 가더니 입에 작은 열매가 달린 나뭇가지를 물고 다가오는 게 보였다. 그러더니 열매 몇 개를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더니 내 손등에 뱉듯이 발라주고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하얀 토끼가 입가에 분홍색 물이 들어서 너무나 귀여워 보였다. 그나저나 손등이 시원해지더니 얼얼한 느낌이 싹 가시는 게 느껴졌다, 효과가 있는 걸까?

“아, 열매로 나를 치료해 준거니? 고맙다.”

감사의 인사와 함께 녀석을 몇 번 쓰다듬어 줬더니, 만족하는 듯이 울음소리를 내어 보이곤 다시금 가루가 있던 장소로 돌아가 버렸다. 열매를 감정해보니 역시 [이름 없는 열매]였고 효과를 보니 자연 독 중화 (극소)가 있었다. 나는 녀석이 준 가지에 있는 열매를 긁어내서 몇 개를 먹어봤다. 맛은 살짝 시큼했지만 싱그러운 느낌이 났다. 혹시 설탕에 절여둔다면 잼 같은 느낌으로 만들 수 있으려나…. 어쩌면 이미 기성 제품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같은 열매를 더 찾았고, 열매는 잡초랑 달리 수량에 있어 차이가 확연하니까 이번에는 욕심을 내지 않고 적당량만 채집했다. 결국, 반병 정도의 자연 독 중화(소) 효과를 가진 추출액이 완성되어서 나머지 비어있는 세 병을 이용해서 농축액과 일정 비율로 섞어서 담은 뒤에 조합을 실행해 보았다.

[정제된 희미한 마력 농축액] - 자연회복 보조 (소), 마력 요소(소), 마력 자극(극소), 자연 독 저항력 부여(극소)

오, 나름 쓸만한 물건이 만들어진 것 같다. 독성도 사라진 것 같고. 독성 성분이 그대로 마력요소로 전환이 되었는데, 아마 마력을 회복시켜주는 효과가 있는 걸까 싶다. 결국은 호기심에 못 이겨서 아~주 약간 손등에 부어서 맛을 봤는데, 천만다행으로 살짝 풋풋한 풀 내음과 새콤한 맛 외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녀석들이 가져다준 열매가 큰 효과를 발휘해 준 것이리라.

마음 같아서는 농축과정을 더욱 거쳐보고 싶긴 했는데, 뻐근해진 허리를 두드리며 하늘을 올려다보려니 어느새 살짝 어둑어둑해져 있어서, 나는 토끼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물론 마을에 들어서기 전에 ‘세정’을 이용해서 몸에 붙었던 흙먼지와 토끼 녀석들의 체취는 확실히 없애뒀다.

“이거, 아까 빈 병의 답례로 드릴게요. 제가 만들어본 추출액인데 포션으로 사용이 가능할 것 같네요. 감정해보니까 자연적인 회복을 도와주나 보던데요.”

“오, 보아하니 테이머뿐 아니라 제약사에도 소질이 있나 보군? 고맙게 잘 쓰도록 하지.”

나는 마을에 들어서기 전에 문지기 아저씨에게 만들어둔 물건중 하나를 선물로 드렸다. 숙소에서 다시 이런저런 두루마리를 읽고 있으려니 아쿠아 씨가 도착해서, 우리는 같이 저녁을 먹으며 오늘 있었던 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늘 저녁의 메뉴는 작은 새의 통구이였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새의 이름은 ‘세로쉬’였다. 왠지 모르게 전기구이로 먹으면 더욱 맛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기한 일이네요, 아무리 약화가 되었다고는 해도 몬스터로 구분이 되어있는 아이들인데, 그렇게 사람을 따르다니.”

“역시 이런 일이 흔하게 있지는 않나 보네요. 아까 문지기 아저씨께서도 테이머의 소질이 있는 거 아니냐고 하시더라고요.”

“마력에 오염되어있는 몬스터들은 기본적으로 그렇지 않은 생물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아요. 테이머들은 그런 점을 이용해서 인위적으로 자신의 주변에 적대감을 중화시키는 마력의 영역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완연히 어두워져 별이 반짝이기 시작하여, 가볍게 거리를 거닐며 식후 산책을 하던 나와 아쿠아 씨는 각자의 방에 들어가 취침준비를 하기로 하였다. 나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가방에 챙겨온 재료들로 작업을 조금 더 진행하였고, [정제된 희미한 마력 농축액]을 두 병 정도 더 만든 뒤에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눈을 감았다. 마치 게임을 하는 것 같아 매우 흥미롭고 보람찬 하루였다.

“이봐! 잠깐 좀 나와볼 수 있겠나?”

아침을 깨운 건 산뜻한 새들의 지저귐도 아니었고 핸드폰의 알람 소리도 아니었다. 음, 저 소리는 분명 문지기 아저씬데. 부스스하게 문을 열어보니 확실히 아저씨가 맞았고, 아저씨는 다소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는 나를 재촉하더니 마을의 입구로 데리고 나아 갔다. 웅성웅성 모여있는 인파들을 어렵사리 파고들어 입구 쪽으로 빠져나온 나는, 마을 사람들과 똑같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문가에는 나무의자를 비롯한 테이블이며 온갖 가구를 이용해 만든 급조 바리케이드가 있었으며 그 뒤로는 무수히 많은 – 뿔 토끼가 무리 지어 있었다.

“어…. 이거, 내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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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룐룐이 Lv. 1] [칭호: 이세계의 여행자] [가호: 여행객 전용 안전제일의 가호]

-직업. 모험가(초급)

-육체적 능력평가 [D]

힘-[D] 체력-[D++] 민첩-[D-]

-정신적 능력평가 [E+]

마법력-[E] 지력-[D+] 행운-[E+]

-스킬 []

-마법 []

-상벌 []

-추가사항 [‘칭호’로 인한 능력치 – 체력, 민첩 강화(소)]

[‘가호’로 인한 능력치 – 물리, 마법적인 피해 감소 (대)]

[‘가호’로 인한 능력치 – 각종 부정적인 이상 상태의 효과 감소 (대)]

[‘가호’로 인한 능력치 – 체력 및 마력의 자연 재생력 보정 (중)]

-변경사항 []

-소지 축복 [재회의 축복]

-소지 가호 [여행객 전용 안전제일의 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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