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룐룐이 소설방 편애에서 시작되는 이 세계 피크닉 1

Broadcaster 룐룐이
2018-03-02 22:51:53 1160 0 1

편애에서 시작되는 이 세계 피크닉 1

작가 룐룐이(kaist522)

- 20 XX 년, 세계는 그렇게 갑작스러운 종말을 맞이하였다.

나는 마치 세기말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작품에나 나올 법한 거창한 오프닝이 연상되는 심정으로 방문을 열어젖힌 채, 형용하기 어려운 막연한 감상에 젖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정말로 세상이 종말을 맞이한 것은 아니었고, 모든 것이 꽁꽁 ‘얼어’ 있었을 뿐이지만. 얼어있다는 표현을 해서 마치 얼음으로 뒤덮인 왕국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는데, 정확한 표현으로는 시간이 ‘묶였다’라고 하는 표현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정말로 모든 물건들이 얼어버린 상태였다면 내가 이불을 박차고 나오는 것도 불가능했었을 테니까. 하지만 내가 기세 좋게 차올린 이불이 공중에 ‘떠 있었다’. 발끝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공중에 떠 있는 이불을 보며 아직도 잠이 덜 깬 건가? 라는 기분으로 침대를 벗어난 나는 이윽고 일반적인 상식과 천만 년 정도는 훌쩍 떨어져 버린 주변의 사태를 애써 인식해서 머릿속에 욱여넣을 수밖에 없었다.

멍한 정신으로 공중에 붙박이 되어있는 이불을 몇 번 팡팡 소리가 나게 손바닥으로 쳐보던 나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책상에 있는 물컵을 들어 마시려 했으나 물은 잔을 기울여도 내 목으로 흘러내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기울어진 컵의 모양에 맞춰 찰흙처럼 모양이 살짝 일그러졌을 뿐인 ‘물이었던 기이한 물체’는 컵을 내려놓기 위해 자리를 이동시키자 마치 무중력상태에 노출된 물방울처럼 컵을 빠져나와 공중에 자신의 존재감을 한없이 뽐내고 있었다.

다급하게 창문을 열어보니 길가에는 사람들이 마치 사진과도 같은 자세로 길을 ‘걸으며’ 멈춰있었고, 심지어 정교한 디오라마처럼 날아다니던 새마저 공중에 멈춰있는 기이한 장면을 바라보던 나는 다급하게 방문을 열어 젖혔고, 그 앞에 펼쳐져 있는 순백의 방에 오도카니 서 있는 그녀를 마주 보게 되었다.

패닉도 일전 선을 넘어서면 오히려 차분해진다고 했던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나를 둘러싼 환경들이 상식을 벗어나 버린 가운데에서도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오히려 안도감 아닌 안도감을 느끼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이쪽 차원을 관리하는 담당자예요.”

이세계를 다룬 소설이나 만화의 정석에 가까운 대사를 필두로, 그녀는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내용 또한 소설과도 같이 ‘판타지’ 같은 내용이긴 했지만 말이다. 나도 그런 유의 작품들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  열광적 팬이 있었다면 이 시점에서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라면서 엄청난 감격을 했을지도?

“그러니까, 인접해있는 다른 차원에서 큰 문제가 발생해서 주변의 차원에 대한 동결처리가 이루어졌는데 ‘마침 저만 그 동결에서 풀려났다’는 것이네요?”

“네, 그 말씀 그대로예요.”

“어째서 저만 동결에서 풀려나 버린 거죠?”

“아, 그건 제가 좀 한눈을 팔다가 그만, 죄송합니다.”

뭐 이런 초(超) 차원급의 직무유기를 봤나? 아니, 그 이전에 어떻게 한눈을 팔면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딸랑 나 혼자 이렇게 미처리가 될 수 있는 거지? 나는 잠시 흐트러져버린 머릿속을 헛기침을 통해 가볍게 날려버리고 그녀와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흠흠, 그렇다면 절 찾아오신 이유를 들어봐도 될까요? 이후의 계획이라든가.”

“아, 일단 한번 동결 처리된 차원은 적어도 일주일 뒤에 재가동이 되는지라 다른 차원에서 임시 생활을 하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그래서 제가 직접 모시러 오게 된 거고요.”

“저를 다시 동결해 주시는 선택지는 없는 건가요?”

“아, 그게…. 재동결을 위한 과정도 일주일 정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해서….”

“그럼 일주일이 지난 뒤에는 돌아올 수 있는 거고요?”

“물론이에요, 그 점은 제가 보증하겠습니다.”

와, 정말로 신용이 가는 대사로군요.

“그 점은 소설의 전개와는 다른 점이네요. 보통은 법칙이니 뭐니 해서 다시 돌아 갈 수 없는 경우가 많던데.”

“후후, 듣고 보니 그렇긴 하네요. 보통은 이맘때쯤 주인공분들이 귀환 불가 선언을 받고 땅이나 벽을 짚으며 허탈감에 빠지곤 하죠.”

“담당자 분…? 이라고 해야 하나…. 소설 같은 것도 읽으시나 봐요.”

“뭐…. 이쪽 차원의 담당자이니만큼 대체적인 문화는 모두 둘러보는 편이랍니다. 저도 재밌는 작품들을 좋아하고 최신 영화 같은 건 영화관에 직접 찾아가기도 했어요. 아…. 그리고 담당자로 근무를 할 때는 아쿠아나 헤스티아 같은 가명을 사용하는 중이랍니다.”

“소설에 나오는 여신들의 이름이네요.”

“와, 역시 알아보셨네요. 헤헤…. 물론 헤스티아라는 이름은 본인한테 마음대로 이름을 훔쳐 썼다고 혼이 나서 하루밖에 못 썼지만요. 전 단지 소설 속의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사용했던 것뿐인데.”

정말로 실존하는 분이셨습니까. 라기보단 헤스티아라는 그리스 로마신화의 원본의 신이 있으니까 그쪽이라고 생각을 해두는 편이 맞겠지? 아마 기억이 맞는다면 화로와 가정을 수호하는 여신님이셨지? 그나저나 그쪽이라고 해도 정말로 실존을 하기는 하는 거구나 싶긴 하네. 나는 그 당시를 떠올리고 있는 것인지 입술을 병아리같이 내밀고 뾰로통해져 있는 그녀를 내심 신기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머릿속으로 정리해 둔 궁금한 점을 물어보았다.

“제가 가게 될 차원은 어떤 곳인가요? 안전한 곳이겠죠?”

“아…. 물론이에요! 안전뿐 아니라 편의도 제가 모두 챙겨드릴 테니 그 점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어요! 원하시면 일주일 뒤에 그간의 기억을 지워 드릴 수도 있으니까요. 더불어 이후 본 건과 관련한 배상도 지급이 예정되어 있어요.”

어딘가의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처럼 빛나는 펜 같은 물건을 눈앞에 들이밀려는 건가? 라는 상상을 하며 그녀의 설명을 듣기 시작했다. 내가 갈 곳은 소설과도 같이 마법과 몬스터가 존재하는 곳이었는데, 치안이 확보되고 생활문화도 어느 정도 진보해있는 마을로 간다고 말을 해 주었다. 금전이나 숙식 같은 문제도 그쪽 차원의 담당자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받기로 했다고 알려주었다. 게다가 이후에 배상도 지급해주신다니 나야 완전 땡큐지요. 완전 ‘꿀 아르바이트’급인데요.

“지금의 차원과 비슷한 문화양식의 차원도 있기는 하지만 기왕에 재밌게 즐기다 올 수 있는 배경을 선정해봤는데요. 혹시 불편하실 거 같으면 다른 곳으로 선정해 드릴게요.”

“어, 아니에요. 진짜 소설 속 주인공이 되는 기분일 거 같네요. 마음에 들어요.”

“다, 다행이네요. 헤헤…. 저쪽 차원에서 제가 가이드 역할도 해 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마치 해외여행을 가는 기분이네요.”

사실 하고 싶은 말은 그 외에도 산더미 같았지만, 일단은 내가 죽었다는 상황도 아니거니와 일주일 뒤에는 다시 돌아올 수도 있고, 원하면 기억을 지우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데다가 이 세계의 무엇보다도 마법이 존재하는 판타지를 직접 접해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바로 이 세계의 여행을 수락해 버렸다.

여담이지만 각 차원에 한 사람에서 세 사람 정도가 배정된다는 담당자의 경우 ‘신’이라고 부르기에는 애매한 위치로 내 눈앞의 담당자도 이전에는 사람으로써의 삶을 살았었다고 했다. 흔히 말하는 ‘신’의 존재의 경우 ‘완벽한 신격’을 이루는 ‘주신’이 있고 그 밑으로 점차 격이 옅은 존재로서의 ‘신격체’가 존재한다고 했다. 엄밀히 따지자면 하나의 신을 믿는 일신(一神) 신앙도 맞는 말이고 여럿의 신을 모시는 ‘다(多) 신앙’도 틀린 개념은 아니라고. 그 외에도 생전에 위업을 이룬 영웅들이 인정을 받아 ‘신격에 근접한 상위존재’로 승격을 하기도 한다는 말을 들었다. 어딘가의 국왕님이 생각나는 시점이네. 

눈을 잠시 감았다 떴을 때, 내 앞에는 마차길이 열려있는 들판이 보였고, 좀 더 마을 안에 시선을 멀리 두자 마을의 입구인 듯 보이는 다소 커다란 관문이 보였고, 문지기처럼 보이는 병사들과 문을 드나드는 몇몇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밑을 내려다보니 내가 입고 있는 옷 위에 현지인들이 입을 법한 얇은 양식의 옷이 덧입혀져 있었다. 아쿠아 씨를 돌아보려니 그곳에는 어떤 의미에서 ‘굉장히 원본에 가까운’ 아쿠아 씨가 서 있었다. 

“코스프레…. 인가요?”

“어때요? 잘 어울리나요? 제게 맞게 살짝 어레인지를 해 봤는데…. 헤헤.”

“위화감 없이 자연스럽고 여러모로 굉장하네요.”

신난다는 듯이 한 바퀴를 횅하고 돌아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소설이나 만화에서 보던 '그분'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한 모습이었다. ‘굉장히’ 매력 있고 ‘굉장히’ 톡톡 튀는 모습이긴 하지만…. 그래도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는 백발의 모험가가 살아가는 세계’의 여신님을 코스프레하지 않은 게 어디야. 그분의 복장은 정말 여러 가지 의미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킬지도 모른다. 헤스티아 ‘본인’에게 한마디 들은 이유가 꼭 이름을 멋대로 쓴 것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일단 마을 안에 있는 숙소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기로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이쪽 세계에서도 ‘예약’이라는 시스템이 어느 정도는 확립이 되어있는지, 아쿠아라는 이름을 거론하니 바로 큼지막한 방을 소개받았고 방범용 개인 열쇠를 하나씩 받아 챙겼다. 1인용의 커다란 방이었으며 아쿠아 씨의 방은 옆이라고 하였다. 딱히 정리해 둘 짐도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바로 아래층으로 내려가 식사를 하기로 하였다.

거리와 건물의 모습은 판타지 세계에서 간간이 상상하기 쉬운 중세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나, 유리창의 존재와 간간이 보이는 고급스러운 금속 제품이나 물건들, 그리고 건물들의 양식 등에서 나름의 발전이 깊게 되어있을 것임을 유추해 볼 수가 있었다. 어쩌면 마법이나 정령의 힘 같은 부가적인 요소가 개입이 되었을 확률이 높겠지.

“생각보다 여러모로 발전이 잘 되어 있는 것 같네요.”

“네, 아무래도 마력이라는 요소가 있었으니까요. 우리가 있던 차원과는 양상이 조금은 다릅니다만 그 정도가 깊지 않다고는 하기 어렵겠네요.”

“흥미롭네요.”

"다만 빈부격차나 지역분포의 정도에 따라 그 발전 정도가 극명하다는 점도 있지만요."

"뭐…. 빈부격차야 어느 곳에나 있으니까요."

이런저런 대화를 하고 있으려니 어느새 종업원이 다가와서 우리는 음식 주문을 하기 위해 메뉴를 둘러보았고, 적당한 음식을 주문 한 뒤에 다시금 우리가 당도한 세계에 대한 궁금한 점들을 풀기 위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세계는 국가에 따라 정도가 다르다고는 하지만 대체로 왕권에 힘이 실려있는 형태가 많았다.

지금은 봉인이 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엄연히 마왕이 존재하고 있고 몬스터가 인류를 꾸준히 위협하고 있는 시점에 그와 관련해서 용사의 존재와 이와 그 동료들, 그리고 모험가들을 뒷받침 해 줄 수 있는 세력이 필요한 시점이므로 그 역할을 왕족과 귀족들이 도맡으며 자연스럽게 권위를 확립한다…. 는 개념이려나? 뭐, 나는 이곳에 그리 오래 있을 생각도 없는 일개 여행자일 뿐이니 깊게 생각하는 것도 골치만 아플 뿐이다.

식사와 관련해서는 호밀빵과 우유가 들어있는 듯한 크림 수프, 그리고 약간의 샐러드가 있었다. 이곳의 호밀빵은 내가 평소에 먹던 평소의 익숙한 빵과 비교할 때 그렇게 심하다 싶을 정도로 거칠지도 않고 딱딱하지도 않은 편이었다. 웰빙푸드라 건강을 생각하는고 해서 이 자주 찾아 먹는 이른바 “정통 웰빙 호밀빵”이라고 말하는 현대식의 호밀빵과 근접한 느낌이었다

빵도 그냥 통짜로 나온 게 아니라 향이 좋은 식물성 기름을 발라 한번 더 구워서 나왔기 때문에 먹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을뿐더러 곁들어 나온 약간의 치즈와 샐러드를 얹어서 먹어보니 오히려 이 세계라기보단 지중해에 여행을 와서 식사를 한다는 느낌이 날 정도로 분위기 좋은 식사시간이 되었었다. 수프도 맛있었고. 이곳으로 넘어오기 전에 주머니에 챙겨놨던 사탕을 하나 입가심으로 먹었다. 아쿠아 씨에게도 건네주니 좋아하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식사를 모두 마치고 나서 대략적인 시간을 물어보니 오전 9시경으로 시간적 여유도 충분하였기에 산책 겸 관광의 느낌으로 ‘자칭’ 아쿠아 씨에게 주변을 다녀보자는 제안을 하고 아쿠아 씨와 나는 적당한 크기의 가죽 가방을 하나 지참하여 도로변으로 나와 여기저기를 돌아다녀 보기 시작하였다.

이런저런 건물이나 사람들의 의상 양식 등을 흥미롭게 쳐다보며, 우리는 근처에 있는 가게들을 하나씩 둘러보기도 하였다. 무기나 방어구를 파는 가게에서는 호신용 단검을 하나 마련해 보았는데, 내가 이것을 전혀 휘두를 일은 없을 테지만 벨트의 옆쪽에 부무장의 느낌으로 착용을 하고 나니 나름 모험가의 느낌도 나고 기분이 신선했다. 사실은 그 외에도 도끼나 메이스 같은 여러 장비도 직접 체험을 해 볼 수 있었지만 역시나 쇳덩이들이라 신체적인 단련이 부족한 현대인인 나에게는 그 무게가 이만저만 부담이 아니었다.

여러 가지 도구를 파는 가게에서는 약재상도 겸업하고 있는지 일상생활에 필요한 도구를 비롯해 약초 및 포션이나 연고 같은 약재들도 팔았는데, 약초들 같은 경우 내가 있던 세계에서의 약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었다. 실제로 양쪽에 똑같이 존재하는 허브들도 몇몇 발견을 했고. 다만 마력이 풍부한 재배지에서 자란 품종의 경우라거나 이러한 허브들을 약재로써 제조하는 과정에서 제조사의 실력이나 마력에 영향을 받아 그 약효가 더욱 강화되는 경우도 많다고 하니 내가 살던 세계와 동등한 재료라도 그 결과물은 차이가 있다는 것이겠지.

그 외에는 손바닥만 한 점토판에 간단한 문양들이 새겨져 있는 것들을 볼 수가 있었는데 마력을 불어넣으면 작동을 시킬 수 있는 마력 도구들이었다. 주변의 악취를 감소해 주거나 수질을 정화해주거나 하는 일상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물건들이었고 상점에 진열된 물건들이라면 일반적인 사람들도 무리 없이 운용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생각보다 가격도 저렴했기에 종류별로 하나씩 구매를 해서 가방에 넣어 두었다. 그 외에도 가능하다면 본래의 세계에 챙겨가고 싶은 물건들이 꽤 있었다. 나중에 몇 번 더 구경을 오고 싶었다.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뭐.

점심쯤 가까워서는 가게들(특히 도구를 파는 가게)에 물건을 제공하는 공방의 견학을 할 수가 있었는데, 의외로 우리를 흔쾌히 받아들여 주어서 의외라는 마음이 들었다. 기술유출이라던가 하는 걱정은 안 하는 걸까 하고 생각을 해서 아쿠아 씨에게 물어보니 작은 공방에서 제작되는 물건들은 대부분 이미 널리 퍼져있는 기술들이라 큰 의미는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제작사로써 취업을 원하는 사람들을 자유롭게 받아들인다고 하며 그와 관련해서 공방의 모습도 수시로 공개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공개되는 구역에서는 공방의 수습생들이 배치되며 기술적으로도 유출이 되어도 문제가 없는 간단한 도구들만 제작을 한다고 들었다. 각  마을의 작은 공방에는 전문적인 입문을 원하는 사람 외에도 일용직으로써 일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 편이라고 했다.

나름 뱃속이 출출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우리는 ‘수습 제작자들을 위한 마 도구 입문서’라는 두루마리와 더불어 같이 판매를 하는 이런저런 두루마리들을 몇 가지 구매하고 간단한 식사를 위하여 숙소로 귀환을 하였다. 점심때는 아침보다는 조금 더 무거운 느낌으로 접시에 이런저런 반찬을 곁들인 약간의 구운 고깃덩어리가 나왔는데, 고기 본연의 맛을 잘 살린 아주 만족스러운 식사였다는 평을 남기고 싶다.

점심을 먹은 뒤에 아쿠아 씨가 이쪽 차원의 담당자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오고 싶다는 말을 하였기에 나는 아까 사둔 두루마리를 읽을 겸 개인 숙소로 돌아왔다. 이쪽 담당자분의 전폭적인 배려로 이곳의 글을 읽는데 전혀 애로사항이 없었으므로, 나는 식후의 개인적인 시간을 아주 알차게 보낼 수가 있었다.

그중 가장 흥미롭게 읽은 건 ‘마력의 기초적인 운용법’이었는데, 누구나 체내에 아주 조금씩은 지니고 있는 마력을 느끼고 그것을 운용하여 도구를 작동시키거나 제작에 필요한 토대를 마련하는 방법이 적혀 있었다. ‘조명’기능이 있는 점토판으로 몇 번 시도를 한 결과 무리 없이 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작동을 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알고 보니 내가 묵고 있는 객실의 벽면에도 비슷한 장치가 있어서 작동을 시켜봤더니 천장에서 은은하게 빛이 발광 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따로 조명장치가 설치되어있는 것은 아니었는데, 천장 전체가 은은하게 빛이 난다는 느낌이라고 표현을 할 수 있겠다. 단 빛의 세기는 형광등이나 LED처럼 그렇게 강하지는 않았다.

작동 방법은 터무니없이 간단했다. 그냥 터치패드처럼 표면을 어루만지는 정도의 조작으로 시동이 가능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 정도의 기술적인 편리함이 있으면서 어째서 중세적인 양식의 생활들을 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점이 들었지만, 내가 깊이 관여할 부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접어두기로 하였다.

두 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문을 열어보니 아쿠아 씨가 서 있었고 우리는 식사를 하고 난 뒤 방문을 하기로 계획을 했던 곳을 방문하기로 하였다. 그곳이 어디냐 하면 바로 모험가 길드였다. 이세계 소설 하면 역시 모험가등록이 아닐까 한다. 보통 소설 같은 곳에서는 등록과정을 통해서 신체와 관련된 스테이터스나 적성을 알아볼 수 있으니까 아마 이곳에서도 비슷하지 않을까 하였고 아쿠아 씨도 그렇다는 답변을 돌려주었다.

마을이 그렇게 커다란 편은 아니었기에 길드의 내부는 생각보다는 한산한 편이었다. 게시판에서 임무를 발주 받으려는 사람들도 있었고 채집해온 물건을 접수하려는 듯 커다란 자루를 들고 기다리고 있는 인물도 눈에 띄었다. 커다란 대검을 짊어진 전사부터 다소 작은 활을 둘러메고 있는 모험가도 보였다. 본격적인 판타지의 기분에 젖어 주변을 둘러보던 나는 인파의 끄트머리에서 접수창구를 찾아내어 한 접수처의 앞에 서서 접수안내원에게 초급 모험가로 등록을 하러 왔다는 말을 꺼내었다.

“그럼 임시 등록을 위해 절차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로 이름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가명을 원하신다면 그것으로도 괜찮습니다.”

“어…. 그러면, ‘룐룐이’로 할게요.”

“알겠습니다. 룐…. 룐…. 이. 기록되었습니다. 다음은 앞에 있는 인식 판에 손을 올려놔 주시기 바랍니다. 양손 어느 쪽이나 모두 상관없습니다.”

참고로 룐룐이라는 이름은 인터넷에서 자주 쓰는 가명이다. 아쿠아 씨에게 받은 이세계의 화폐를 건넨 뒤에 거스름돈을 받고 정사각형의 흰 대리석 같은 돌판에 손을 올려놓으니, 이윽고 마법 진 같은 문양이 떠오르기 시작하더니 십여 초도 지나지 않아 사라지고 말았다. 등록과정이 굉장히 단순하네.

“모험가로 등록이 되셨습니다. 여기 개인 인식 판을 받아주십시오.”

접수안내원에게 건네받은 ‘인식 판’은 잘 휘어지도록 처리가 된 얇은 나무판이었으며 안내에 따라 마력을 흘려 넣으니 나에 대한 간략한 정보가 나무판 위에 겹쳐서 그려지듯이 홀로그램처럼 ‘떠올랐다’.

[룐룐이(가명) Lv. 1] [칭호:]

-직업. 모험가(초급)

-육체적 능력평가 [D]

힘-[D] 체력-[D++] 민첩-[D-]

-정신적 능력평가 [E+]

마법력-[E] 지력-[D+] 행운-[E]

-스킬 []

-마법 []

-상벌 []

-추가사항 []

-변경사항 []

역시나 라면 역시나~ 일까 싶지만, 아쿠아 씨에게 그냥저냥 평범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참고로 능력은 SSS에서 F까지 세세한 항목으로 분류가 된다고 한다. 일반적인 성인의 경우 D~E의 평가를 받는 게 평균 사양이고 성인식을 치르기 이전 어린아이들의 경우 따로 훈련을 받은 경우가 아니라면 거의 무조건 F라고. 그나저나 SSS가 붙으려면 ‘드래곤’ 정도는 되어야 붙여주는 건가? 생각만 해도 무시무시한데.

아쿠아 씨가 우리가 건너온 차원에서 세계구급 스트롱맨 종목의 선수(힘의 강함을 겨루는 종목에 종사하는 선수)들을 기준으로 볼 때 힘 관련 스테이터스 수치 기준으로 [A ~ A+]를 줄 수 있다는 말을 들어보면 꼭 그런 것 같지도 않지만 말이다. 아마 그 이상의 위력은 순수한 육체를 넘어선 마력 같은 부가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발현되는 거겠지.

지금 내가 받은 ‘임시 인식 판’의 경우 한 달 내에 일정수준 이상의 성과를 보고하지 않으면 등록이 말소된다고 하였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그때까지 이곳에 남아 있을 생각이 없으니 크게 미련은 없다.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금 인식 판을 주머니에 넣기 전에 다시 한번 살펴보려는데 변경사항에 ‘메시지’가 떠오르는 것이 보였다.

- [이세계의 여행자] 칭호가 추가되었습니다.

- 담당자로부터 [재회의 축복]을 부여받아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일부 상승하였습니다.

행운 [E → E+]

담당자로부터 ‘여행객 전용 안전제일의 가호’를 부여받아 안전을 보장받았습니다.

뭔가 알기 어려운 미묘한 혜택들을 받았지만, 좋은 게 좋은 거겠지 뭐.

드디어 본격적인 이세계 피크닉의 시작입니다요!

------------------

[룐룐이 Lv. 1] [칭호: 이세계의 여행자] [가호: 여행객 전용 안전제일의 가호]

-직업. 모험가(초급)

-육체적 능력평가 [D]

힘-[D] 체력-[D++] 민첩-[D-]

-정신적 능력평가 [E+]

마법력-[E] 지력-[D+] 행운-[E+]

-스킬 []

-마법 []

-상벌 []

-추가사항 [‘칭호’로 인한 능력치 – 체력, 민첩 강화(소)]

[‘가호’로 인한 능력치 – 물리, 마법적인 피해 감소 (대)]

[‘가호’로 인한 능력치 – 각종 부정적인 이상 상태의 효과 감소 (대)]

[‘가호’로 인한 능력치 – 체력 및 마력의 자연 재생력 보정 (중)]

-변경사항 []

-소지 축복 [재회의 축복]

-소지 가호 [여행객 전용 안전제일의 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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