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돌리 0

바람이 부네요
내 머리안에 탈모라는 바람이
언제나 내게 그랬듯이
내 머릴 흔들어 놓고
모근이라는 흔적만 남기고 달아나죠
난 길을 잃었죠
늘 그대라는 선생님만 보다가
단 한 번 의심하지 않고 병원까지 왔는데
치료없는 낯설은 길 위에 남아있죠

가져가세요 좋은 모발마저도
윗뚜껑 없이는 내겐 짐만 될텐데
자꾸 거울보면 자괴감만 커져서..
다시 돌아가는 길 발걸음 또 멈추게 하죠

내머리 돌리를 닮아 난 자꾸 돌아보겠죠
그곳엔 아직도 모근이 있어서
그래서 슬픈가봐요
한 번쯤 꼭 한 번쯤은 내 머리 꼭 날까봐
오늘도 기다려요..

나 이제 어쩌죠
아무리 탈모 달아나려 해봐도
한가닥도 자라나지 못해 매일 같은 자리에
매일 다른 숱으로 하루를 살아가죠
어딜 보아도 온통 광고 뿐이죠
날 보던 눈빛이 자꾸 맘에 걸려서
다시 눈을 감고 눈빛 지우려하면
굳게 다문 입술이 떨려와
참았던 눈물이 흐르죠


내머리 돌리를 닮아 난 자꾸 돌아보겠죠
그곳엔 아직도 모근이 있어서
그래서 슬픈가봐요
한 번쯤 꼭 한 번쯤은 내 머리 꼭 날까봐
오늘도 기다려요..

어느 머리 감다가
그대가 나를 본다면 나 어떻게 하죠
아무 말 못하는 나를 잘 알잖아요..

머리는 바람을 타고 언젠가 흩어질텐데
울어도 소리쳐봐도
모른 척 버리려해도 잊지 못할 그 머리
오늘도 기다려요..
돌리는 잘 알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