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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룩공. 화해의 시작

도큐
2017-11-22 23:10:56 1682 6 1

룩공.

둘 사이에 불던 바람은 어느새 서서히 잦아들고 있었다. 그들은 그 바람의 존재를 자각하고 서서히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고, 시선을 천천히 서로의 눈동자로 향하기 시작했다.



언젠가부터 쌈님의 영상도네를 끊지 않게 되었다. 정확히 무엇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둘 사이에는 그날 악수를 한 이후. 계속해서 서로에게 무언의 카톡을 보내고 있었다. 우리는 알면서도 모르는 척 행동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쌈님의 영상도네. 그러니까 지스타에서 악수했던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살며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다. 나의 시간은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7년 11월 22일을 살고 있는 나였지만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영상들은 내가 했던. 일명 ‘대협‘들이었다.


그 당시 나는 지금의 내가 설명하기 위해서는 미쳤었다는 표현밖에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지금 생각해보면 말이 되지 않는 것으로 시작된 역사였다. 연속된 폭로. 그리고 타요님에게 신세. 빤스런.


생각이 또 다른 기억을. 기억이 또 다른 생각을. 계속해서 떠오르는 것들에 대해서 답을 내기 위해서는 더는 방송을 하면서 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나는 시청자분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방종을 했다.


방종을 하니 생각을 하는 것이 좀 더 명확해 질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곁에 있는 나루에게 눈길이 갔다. 나루는 얌전히 자고 있었다.


“나루야~”

당연스럽게도 나루는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나... 너 주인인데.. 캣새끼...‘

“어휴, 자기만 놀고 싶을 때 놀고, 내가 놀고 싶을 땐 안 놀아주고. 완전 지마음대로야.”

그리고 나는 예전에 동거했던 사람에 대해서 생각이 나고. 또 다시 그날의 기억들이 나를 덮쳐왔다.


나의 마음을 헤아리기라도 한 듯이, 갑자기 나루는 기지개를 피며 일어났다.

나루를 바라보며 나는 쌈님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을 말하기 시작했다.

“제가 왜 그랬을까요?,.. 미쳤었나 봅니다... 그때처럼 잘 지내도록 해요... 그리고.. 제가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마지막에 나온 말은 나루에게 하는 것은 굉장히 쉬웠다. 하지만 직접 만났을 때는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날 악수를 했던 것이. 그저 나의 착각이었던 것일 수도 있는 거고. 딱히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잖아. 그래.. 그냥 이대로... 계속해서 주변 사람들이 불편하더라도...


도망치고 싶었지만, 계속해서 쌈님의 진심이 담겨 있던 악수를 한 이유에 대한 영상이 머릿속을 스쳤다.


이대로 계속 쌩까는 사이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서로가 미안해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고, 서로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만나서 얘기를 하지 않으면 풀리지 않는 문제인 것이 확실한데,


계속해서 현실도피를 위해서 마음대로 그분의 생각을 이렇다고 명명해둘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리고 계속해서 도망친다면 앞으로도 지스타 때처럼 나와 쌈님 교집합에 계신 스트리머에게 계속해서 불편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으실 테고,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방종까지 했는데, 생각한다고 해놓고 그렇게 정신승리를 하는 것은 나에게도, 시청자분들에게도 예의가 아닌 것 같다.


그렇게 계속된 생각과 생각 사이를 오가다 보니 시간은 4시를 달리고 있었다. 벌써 시간이...

2시간을 생각했지만, 결국 답은 2시간 전이나 다르지 않았다. 사과해야한다. 화해해야한다.

나는 성태님에게 연락했다. 없는 사람으로 치부했던 사람과 다시 대면하기 위해.


“왜? 화해라도 할려고? 엌ㅋㅋ”

“...”

“어? 뭐야 진짜야?”

“됐으니까, 번호나 줘.”


전화를 끊자 카톡으로 김진효라고 쓰여 있는 연락처가 날아왔다. 한때는 항상 핸드폰에 남아있던 번호였는데, 이런 식으로 연락처를 받아내니 약간 범죄를 저지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나는 천천히 카톡의 연락처를 터치하고 전화번호부에 저장했다. 그리고 터치 한 번만 하면 전화를 걸 수 있도록 해 놓은 채 망설이고 있었다.


혹시 안 받으면 어쩌지.

혹시 자고 있으면 어쩌지.

혹시 폰이 꺼져있으면 어쩌지.

혹시 통화중이면 어쩌지................................................................


핸드폰을 들고있는 시간은 너무나도 무거웠다. 핸드폰이 무겁다라고 느껴질 정도로. 나의 몸무게보다 더 나가는 시간의 무게감을 버티기 힘들었다. 조금만 더 시간을 들였다가는 기절할 것만 같은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압박을 받으면서도 나는 계속해서 싸우고 있었다. 전화해야 한다는 내면과, 두려운 결과를 생각하고 있는 내면. 이 둘은 계속해서 부딪히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아까 2시간 고민했던 것처럼 답은 이미 정해져있었다.


뚜으으. 뚜으으.


통화 연결음이 들려왔다. 혹시 성태님이 전화번호를 잘못 주지 않았을까도 생각했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결국 손해라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에 잘못된 전화번호라면 다른 사람들에게 수소문하면 될 일이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이미 정해져 있었으니까.


“네, 여보세요.”

쌈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럿이서 하는 인벤 방송이나 지스타에서 들은 적이 있던 목소리였지만, 그 목소리가 나를 향했던 것은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지난 추석, 오랜만에 대구를 내려갔을 때 느꼈던 향수보다 더 짙게 느껴졌다.

“...? 여보세요 말씀하세요. 누구세요?”


나는 어떻게 말할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까 했던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저 ‘그때‘처럼 마음을 편하게 먹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다정하게. 그렇지만 너무 딱딱하지 않게.




“쌈님. 오랜만입니다. 그 녀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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