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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연 § [초스압죄송] 이제는 말할 수 있는 사연입니다

병가_
2017-09-11 20:41:24 1100 1 1

직전 방송에서 많이 위로해주셔서 저도 스스로 생각해보고 사연 남겨요

이제는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글로 남기려고 합니다 ㅎㅎ

지난 일이고 판단은 이미 제가 다 했고 대화의 주제가 되는 친구 욕하고 싶은 심정으로 쓴 글이 아니니까

읽으시는 분들은 중간에 이 악물수도 있지만... 그냥 저런 일이 있었다~ 하는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그래도 본인이 정 빡치신다면 욕 한사발 날려주셔도 뭐... 상관은 없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자제해주시면 감사하지만

보시는 분들이 욕을 안쓰시기엔 좀이 쑤셔서 안되겠다면 그걸 제가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죠 하하..)

쓰다보니 글이 정말정말 길어졌습니다.... 방송으로 안 읽어주셔도 되고 저번 방송 때 '마음 정리하는대로

최대한 압축해서 사연 남길게요' 라고 했던게 생각나서 부족한 글솜씨지만 남겨볼게요. 감사합니다.


그 아이 를 처음 만났을 때는 군대를 갓 전역하고 대학교에 다시 복학했을 때였어요.

지금도 막 이성과의 교제가 막 하고 싶은건 아니지만 군대 가기전에는 솔직히 그냥 말이나 섞으면 됐지

별로 여자친구에 대해서 관심 없었거든요 ㅎ... 그냥 주변에서 자랑질 할 때나 조금 부럽기도 하고 ㅋㅋ

근데 그런 저한테 복학해서 딱 1명, 제 눈에 정말 꽉 차는 아이 가 1명 있었어요

키는 160이 좀 안되고 말랐고 생머리는 찰랑찰랑 거리고 피부가 참 하얀 아이 였어요

어떻게 보면 예뻐서 눈에 들어왔던 것도 있지만 ㅋㅋㅋ 처음엔 그랬고 알수록 이렇게 좋은 아이 가 예쁘기까지 하네

하는 마음이였죠. 지금 생각해보면 복학해서 딱 1명이 아니라 지금까지 살면서 이런 감정이 든 사람이 딱 1명이였네요.


처음 말을 섞어본건 동아리 활동에서 였어요. 그 아이 는 그 당시에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었는데

팀 별로 나눠서 하는 활동에서 팀을 짜고 있었는데 제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도 같이 하고싶은데 핸드폰 번호를 몰라서~... ㅎㅎ" 장난 쳤었는데

돌아온 대답이 "선배 그럼 카톡으로 하면 되죠!" 라는 대답이 돌아와서 참 머쓱 했었죠 하하...


어찌어찌 해서 동아리 활동도 같이하고 MT가서도 재밌게 놀고 그 아이 가 술을 잘 못 먹는데

군대갔다와서 선배 없다고 ㅋㅋㅋㅋ 못된거나 알려주면서 종이컵 하나 훔쳐다가

못먹겠으면 여기다 버리라고도 하고 중간에 바람도 쐬고 얘기도 좀 하고 그랬는데

그 때 남자친구가 있는 걸 알았어요. 사실 전 제 주제에 이런 애랑 어떻게 연애를 하냐 하는 심정이라

그 얘기를 듣고나서 그냥 친한 선후배, 더 가까이 갈 수 있다면 친한 오빠동생으로 남으면 되겠다 싶었죠.

그 학기는 그렇게 점심도 간간히 먹고 저녁도 간간히 먹는 사이로 마무리 했습니다.


실질적으로 많이 친해진 계기는 계절학기를 같이 다니면서 였어요. 저는 여름에 전역을 해서

2학기에 처음 만나서 그 해 겨울에 계절학기때 끝나고 점심도 먹고 놀러도 가고 술도 먹고 하면서

많이 친해졌거든요. 그러고 개강하고 나서도 같이 다니고 잘 지냈었어요

전 자취를 하고 있는데 친해진게 그 아이 만이 아니라 제 동기들 2명이랑 그 아이 동기 1명까지

여러 명이서 다같이 친해져서 집에서 술도 먹고 그랬었는데 첫 사건은 그 때 였어요


동기들도 다 같이 전역해서 한창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 때라 꽃이 피는 봄에는 저희도 후배들이랑 놀러가고 싶고

그런 마음이 들더라구요. 사실 남자친구도 있는데 이래도 되나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좋아하기 이전에

아끼는 후배고 친한 오빠동생이니까 선 지키면서 놀고 어디가서 부끄러운 행동만 안하면 된다는 심정이였어요


얘기가 잘 되서 차도 하나 빌리고 준비를 다 해놨는데 그 아이 한테 당일 새벽에 못 가겠다는 연락이 오더라구요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 보니 첫 번째로 드는 마음은 집에 일이 있나.. 어디 아픈건 아닌가 싶더라구요

제 동기들은 아무래도 좋아하는 것 보단 마음 맞는 후배라는 생각이 더 크다보니 화를 좀 냈었고요

동기들끼리 술 한잔 하면서 이 정도까지는 부담이 되는구나 싶기도 하고 해서

그래 뭐 여기까지 잘 지냈고 새벽에 그렇게 연락이 오는 걸 보아하니 앞으로 너무 가까이는 못 지내겠구나 싶었죠


그래서 우리끼리 걍 잘 지내자 뭐 어쩌겠냐 하고 그 다음 주에 학교에 갔는데

화내던 동기들이 어찌 된건지 하하호호 잘 떠들고 있더라구요... 저는 좋아하던 마음도 있던거라

사실 제가 그 아이 한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거리를 두려고 했었거든요

저만 혼자 바보가 된 기분이라서 진솔한 대화를 하고싶었는데 말주변이 없다보니 진심을 전하는데 실패한 것 같아요

같이 다니던 동기들도 여자애들이랑 다니고 저는 혼자 다니게 되었습니다. 많이 힘들었어요


여름방학 때 아르바이트 하면서 '그래, 가는 사람 잡지 말고 오는 사람 막지 말자' 하는 마인드를 장착하고

동기들과 후배들이 잘 지내면 그걸로 됐다 하면서 다음 학기를 시작했는데

그 아이 가 먼저 인사해오더라구요. 기적같은 일에 가슴도 벌렁벌렁 떨리고 어버버하면서 인사 했었는데 ㅎㅎ...

그간 지내왔던 이야기를 들어보니 여자애 동기는 휴학을 하게 됬고 동기 중 1명은 여자친구가 생겼더라구요

여전히 그 아이 는 남자친구가 있었고 지금 생각해봤을 때는 남은 두 명이 다니면 그림이 좀 이상하고 싶어서

저한테 말을 걸었나 싶기도 한데 제가 좋은걸 어떡하겠습니까 하하하... 다시 다니게 되었죠


그런데 그간 어떻게 지내왔나 잘 모르기도 했고 그렇지만 거의 매일 같이 그 두 명이 저희 집에 와서 늦게까지

놀고 그랬어요. 방학동안 마인드는 바꿔 왔지만 사실 가까워지면 다시 멀어지는게 무서워서 저는 경계하고 있었거든요

그 친구들 말고도 다른 동기들이랑도 친분을 유지하고 그렇게 모두와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게 지내고 싶었는데

세상은 항상 제 생각대로 움직이지가 않더라구요...


큰 맘 먹고 그 아이 를 카페로 불러냈습니다. 남자친구 있는 것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단도직입적으로 말했죠.

"난 네가 참 맘에 드는데 너는 나를 그 정도까진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아직 남자친구도 있는데

같이 다니는 건 좋은데 앞으로 빈도를 줄여주지 않겠니?' 라고 했습니다.

솔직히 말하고 나서 굉장히 비참했습니다. 물론 기적같은 일이죠.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저를 좋아해주는 일.

그렇지만 말해줘서 고맙다 라는 말을 듣고 비참한 마음은 많이 가셨어요.


하지만 항상 그랬지만 세상은 제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큰 맘을 먹었던 것도

일이 잘 못 되면 앞으로 같이 다니긴 틀리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였을거에요.

카페에서의 일이 있던 이후로 그 두 명은 예전처럼 저와 말을 섞지 않았습니다.

그 때 전 제 동기 (라고 하기도 이제는 부끄럽네요) 녀석이 참 원망스러웠습니다.

대학교 친구라는 단어가 이제야 좀 이해가 되고 그랬던 것은 그 녀석은 모르는 것 투성이인 녀석이였어요.

분명히 둘이 다닌다는거는 남자로서는 마음이 있어야지 할 수 있는 행동들이였는데 끝까지 저한테

자기는 '그 아이 에게 별 생각 없다' 하면서 진심을 알 수 없었거든요.


그 이후로 어느 날 너무너무 복장이 터지고 그래서 맥주 한 캔 까고 그 녀석을 불러냈습니다.

거기서 그 녀석에게 들었던 이야기는 그 아이 가 저를 굉장히 부담스러워했고 그래서 소위 '쌩까고' 싶다 라는

생각이 있다는 거였습니다. 그러면서 그 녀석은 자기 생각에도 안 보는게 맞는 것 같고 같이 다니는 자기도 부담스러우면

자기랑도 '쌩까라' 라는 거였습니다. 동기이고 친구라고 생각했던 제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아직도 저는 사람보는 눈이 이렇게나 없구나 싶더라구요. 이전에 힘들었던 기억이 스믈스믈 올라오면서

동시에 또 다른 일이 일어나서 정말 죽고싶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다시 학기를 혼자 마무리 했습니다.


겨울방학 때 고등학교 친구들과 선배들에게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위로도 많이 받고 욕도 대신 해주는 걸 들었는데

고마운 마음도 분명 있었지만 여기까지 와서도 전 좋은 감정이 남아서 욕해달라고 얘기한건 아니다... 이러고 있더라구요

저도 참 사람 싫어하는 건 못하는 것 같아요 하하.. 그 동기라고 부르기도 아까운 녀석 빼고요...

이 때는 술 한잔 하면 저도 그 동기 녀석은 꼭 욕한사발씩 날려주곤 했었죠 ㅋㅋㅋ

그 아이 는 감정정리 많이 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문제는 다음 학기때도 봐야하는게 제일 큰 문제였을 뿐이죠...


참 이상하게도 이제는 기적같은 일인지 아닌지 헷갈릴만한 일이 다음 학기 개강하자마자 일어났는데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녀석과 그 아이 가 같이 안다니는 겁니다. 어차피 그 아이 는 이제 저한테 말걸지 않을거니까

쌤통이다 하면서 잘 다니고 있었는데 하루는 누가 어깨를 툭툭 건드는 겁니다. 그냥 다른 동기가 점심먹으러 가자는건줄 알고

뒤를 돌아봤는데 그 아이 가 서있었어요. 이야기좀 하자고 하더군요. 알겠다 하고 30분 이따가 보자고 했습니다.

참 웃긴게 감정정리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얼굴 보고 목소리 듣자마자 모든게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30분 이따가 보자한 것도 심장이 너무 벌렁벌렁 떨려서 그랬었죠 ㅋㅋㅋㅋ...


카페에서 그 아이 는 그 녀석과 일이 있었다고 했고, 그거 때문에 저와 오해가 있지 않았을까 해서 불렀던 거였어요

지금은 과연 그 말이 진심일까 싶긴 한데  '쌩까고' 싶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예전에도 용기내서 말했던게 있어서 이번에는 제 진심을 얘기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진 않았습니다.

그냥 제가 느끼는 감정, 그 동안 생각했던 것 들을 덤덤하게 전했습니다.

잘 전해진건진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 아이 도 잘 알아들었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또 한 동안 안보던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 했습니다. 남자친구랑 헤어졌다고 하더라구요

뭔가 마음이 이상했습니다. 좋지도 않고 싫지도 않고 '어쩌라고'는 아니였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고...

그런데 어떡하겠습니까 좋은 감정이 있는건 사실이였는데....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새로 맞은 학기는 그 아이 랑 둘이 다니게 되었습니다. 주변에서도 이번엔 가능성 있다. 잘해봐라 이렇게 많이

말해주고 저도 이전에 있었던 일은 별로 생각 안나고 앞으로 잘하면 되지 이런 생각만 했던 것 같아요.

하....근데 항상 ㅋㅋ.... 세상은 제 마음대로 되지 않더라구요

제 마음 속에서 좋아하는 것과 경계하는 것이 충돌할 때마다 앞에선 거짓웃음인지 아닌지 모르겠는 표정을 짓고

뒤로는 슬픈 마음이 스믈스믈 피어오르고 그랬습니다. 그래서 사귀는 거 였으면 일이 이렇게 되진 않았겠지만

그게 아니였음에도 아직 저한테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 아니였나 싶어요.

판도라가 호기심에 열었던 상자 처럼 저 역시 그 아이 에 대해서 더 알고 싶었습니다.

좋은 사람으로 남고자 했던 것 역시 욕심으로 작용했던 것 같아요. 너무 많은 것을 알려고 하다가

마음 속 꽁꽁 숨겨놨던 아픈 것을 찔렀던 것 같습니다. 너무 아팠는지 사과도 받아주지 않더라구요...

참.. 사람이라는게 그 때 경계하던 마음이 제 안에서 치고 올라오면서 그만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그게 올해 4월이고 9월이 되는 지금까지 또 다시 저는 그 아이 에게 말을 걸지도, 그 아이 가 저에게 말을 걸지도 않네요


이야기는 여기까지고 지금 제가 내린 결론은

아직도 좋아하지만 말을 걸어서도 받아서도 안되는 것으로 내리고 여전히 감정정리 중입니다.

학교에서 마주치면 모른 척 하고 지나가지만 스쳐 지나가면서 마음이 여려옵니다.


이젠 저만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또 이 이야기를 하기엔 지루하고 욕할까봐 못하겠고

저와 그 아이 를 둘 다 아는 사람들에게는 혹여나 그 아이 를 다른 사람이 안 좋게 생각할까봐 못하겠고

그냥 담배나 푹푹 피고 맥주나 홀짝대면서 속으로 삭히고 있는데

새벽애님께 방송에서 짧게나마 얘기하고 그래서 마음정리하고 이렇게 글을 남길 수 있게되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연 적으랬더니 이렇게 긴 글을 적게되서 정말 죄송할 따름입니다.

걱정마세요. 혹시나 또 그 아이 가 말을 걸어오는 기적이 있더라도 이번엔 저답게 정리해보려고 하고있습니다.

앞으로도 '가끔' 오시지만 그 소중한 '가끔' 에서 감사함을 느끼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신 분들께도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혹여나 이 글이 문제가 된다면 자삭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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